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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사회·정치·역사

어떻게 살인자를 변호할 수 있을까?

by mariannne 2023. 5.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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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인자를 변호할 수 있을까? a True Story
페르디난트 폰 쉬라크 저/김희상 역 | 갤리온 | 2010년 11월  | 원제 : Verbrechen (2009)


몇 년 전에 읽은 책인데, 요즘 자주 듣는 팟캐스트 '크라임'에서 소개된 걸 듣고 다시 구해 읽었다. 독일 변호사가 직접 겪은, 영화 같은 사건 이야기로 엮은 책이다. 

첫 번째 이야기는 아내를 죽인 남자의 이야기다.  의사 페너는 '자상하고 솜씨 좋은 의사로 명성이 자자했다'. 그는 스물 네 살에 만난 세 살 연상의 여자 잉그리트에 반해 청혼했고, 결혼식에서 '영원히 너와 함께'를 맹세했지만, 신혼 여행에서부터  뭔가 잘못되었다는 걸 알았다. 그래도 페너는 잉그리트에게 충실했다. 평생 그녀 옆을 지키면서, 매일 그녀의 욕설과 화를 감당해야 했다. 예순한 살이 된 페너는 '자신의 인생이 끝나는 그날까지 이 집에 갇힌 죄수일 수밖에 없음을 깨달았'(p.19)고, 일흔두 살의 어느 날, 여느 날과 다름 없는 잉그리트의 '쇠가 갈리는' 고성을 들으며, 도끼를 들어 그녀의 두개골을 반쪽 냈다. 그는 즉시 자수했고, 3년의 '자유 공개 형벌'을 언도받았다. ("패너")

또 다른 이야기다. 

걱정거리 없이 잘 사는 홀브레히트와 미리암 부부가 있다. 어느 날 아침 7시에 이들을 찾아온 경찰관은 '24번에 걸친 아동 성추행'이라는 죄목으로 홀브레히트를 체포한다. 그는 모든 게 거짓이고, 사실무근이라고 했지만, 여덟살 난 여자 아이의 구체적 증언 탓에 3년 반의 형을 선고받는다. 미리암은 그를 떠났다. 형을 마치고 출소하고 나서 몇 년이 지난 어느 날, 홀브레히트는 이제 10대 후반이 된 여자 아이를 길에서 보게 된다. 그리고 변호사(이 책의 저자)를 통해 그녀에게 연락했고, 제발 진실을 말해달라고 했다. 여자 아이는, 자신의 초등학교 시절 선생님인 미리암을 좋아했고, 어린 마음에 다정한 부부를 질투해 거짓을 꾸몄다고 실토했다. 홀브레히트는 자신의 망가진 인생 때문에 그녀를 죽이려고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 그는 새 삶을 시작했다. ("아이들")

이 책에는 각각 11편, 15편의 짧고 긴 이런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핑계 없는 무덤이 있던가? 억울해도 그냥 살아가는 사람이 있고, 별 것 아닌 일로 인생을 거는 사람이 있다. 각자 선택하고, 그 이후의 일은 알아서 감당해야 하는 게 인생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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