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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소설

허삼관 매혈기

by mariannne 2023. 9. 25.

문학 > 소설 > 중국소설

 


허삼관 매혈기
위화 저/최용만 역 | 푸른숲 | 2007년 06월  | 원제 : 許三觀賣血記


책을 먼저 읽다가, 다 읽기 전에 하정우 감독의 영화 <허삼관>을 보고, 다시 책을 마저 읽었다. 영화와 책은 대략의 내용이 비슷하지만 스케일이 다르고, 감동의 포인트도 달랐다. 책은 허삼관 나이 20대부터 시작해 60대에서 끝이 나고, 영화는 그냥 젊은 하정우로 시작해 젊은 하정우로 끝난다. 책에서는 허삼관의 '매혈기'가 여럿 이어져 고단한 삶 속의 매혈 역사를 보여주지만, 영화에서는 장남 일락이가 병들어 입원했을 때 허삼관이 무리하게 피를 팔다 쓰러지는 장면을 강조하느라 신파가 되었다.   

책에 집중하자면, 제목만 봐서는 1900년대 초반의 가난한 일상을 그렸을 것 같은데, 실제 책 내용은 그보다는 좀 나중 일이다. 허삼관의 일대기는 문화대혁명 시기를 지난다. 작가가 1960년 생이고, 책은 1996년에 중국에서 출간되었다. 

생사(生絲) 공장에서 누에고치를 대 주는 노동자 허삼관은 우연한 기회에 매혈이 돈이 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피를 팔면 한 번에 석달치 월급을 벌 수 있고,  피를 판 후에는 돼지간볶음에 데운 황주를 마시는 호사를 부리며 건강을 회복하면 그만이다. 허삼관은 처음 피를 판 돈을 결혼 밑천으로 해 허옥란이라는 여자를 아내로 얻고, 세 아들(일락, 이락, 삼락)을 낳아 가난하지만 행복하게 살아간다. 그러다 우연히 일락이가 허옥란이 결혼 전 만나던 남자 하소용의 자식이라는 걸 알게 되고, 화를 내며 난리를 피우지만 결국 키운정으로 아들을 보듬는다. 자식들이 장성하여 이십대 청년이 되었는데, 갑자기 일락이가 간염에 걸려 사경을 헤매고, 허삼관은 아들을 위해 무리하게 피를 팔아 돈을 모은다. 일락은 상해의 병원에 입원해 다시 건강을 되찾는다. 

나이들어 환갑이 된 허삼관. 이제는 자신을 위해 피를 팔아 돼지간볶음에 황주를 마셔보려고 하지만, 병원에서는 늙은이의 피는 사주지 않는다. 

줄거리는 어둡고 고되지만, 책 내용은 뜻밖에도 유우머가 넘친다. 해학이랄까. 그래서 하정우 배우가 이 소설을 영화로 만들고 싶었겠지. 이런 스타일의 우리나라 작가가 있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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