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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소설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by mariannne 2023. 9. 14.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일본 장편소설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무라카미 하루키 저/홍은주 역 | 문학동네 | 2023년 09월 

30년이 넘게, 내 놓는 작품마다 엄청난 인기를 끌며 베스트셀러 목록에 이름을 올리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소설이다. 장편소설로는 2017년 출간된 "기사단장 죽이기" 이후 6년 만에 내 놓는 것인데, 이번 소설은 43년 전인 1980년에 중편으로 발표한 것(문예지에 발표하고, 따로 출간하지는 않았다)을 다시 손본 것이다. 국내에서는 2023년 9월 6일부터 서점에 깔렸는데, 판매 시작 전에 예약만 13만 부를 찍었다. 하루키의 작품은 장편소설, 단편소설, 에세이, 담화집까지 모두 인기인데, 심지어 이제 하루키 단편을 만화로 그린 "무라카미 하루키 단편 만화선"도 출간된다. 전 9권으로 나오는 이 만화선 세트는 프랑스 만화가와 아트디렉터가 제작한 것인데, 한 세트에 13만 원이다. 그래도 물론 잘 팔리겠지. 

이제 소설로 돌아가자. 750페이지 가량의 이 긴 소설은 3부로 나뉘어 있다. 길지 않은 1부는 10대 소년과 소녀의 이야기이고, 매우 긴 2부는 40대 중반 남자의 현실 이야기다. 마지막의 짧은 3부는 벽 안쪽 도시에 있는 남자 이야기다. 

소년과 소녀의 이야기는 누보로망처럼 낯설다. 2인칭 시점인 듯, '너'에 대해 얘기하고, 모든 문장은 현재형이다. 벽 바깥의 소년은 벽 안쪽의 도시에 대해 얘기하고, 소녀는 갑자기 존재를 감춘다. 40대 중반의 남자는, 전형적인 하루키 소설의 주인공 타입이다. 오래전에 행방을 감춘 소녀를 그리워하는 것 같고, 그래서인지 결혼도 하지 않았으며, 출판사에 다니다가 그만두고 작은 도시의 도서관장이 된다. 죽은 사람과 대화하고, 스파게티를 만들어 먹는다. 그리고 벽 안쪽 도시로 들어간다. 벽 안쪽 도시의 남자는 결국, 벽 바깥으로 나오게 되겠지. 

현실과 환상을 오가는 내용은 하루키가 이전에도 많이 보여준 것이다. 그래서, 이 말도 안되는 환상 속에 나오는 이야기들이 상징하는 것은 무엇일까. 불확실한 벽과 그 안의 도서관과 오래된 꿈과 분리된 그림자와 단각수와 옐로 서브마린 소년... 피카소의 그림같은 소설이다. 


책 속 구절: 
이제 알겠어? 우리는 둘 다 누군가의 그림자에 지나지 않아. (p.6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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