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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경영·경제

사회적 경제는 좌우를 넘는다

by mariannne 2023. 6. 18.

 

경제 경영 > 경제 > 경제사상과 이론

 


사회적 경제는 좌우를 넘는다 - 더 가난해지지 않기 위한 희망의 경제학
우석훈 저 | 문예출판사


'사회적 경제'란 무엇인가. 저자는 오래 전에는 "국가가 어떻게 복지 예산을 집행할 것인가? 그것을 지역의 시민들과 많이 논의하면서 합리적으로 만들어 나가는 과정"(p.31)을 '사회적 경제'라고 생각했다. '주로 복지를 다루는 후생경제학'과 비슷하다는 인상을 받기도 했는데, 그게 1980년대의 일이다. 지금은 '사회적 경제'라는 말은 좀 더 '이론적이고, 심각하고, 종합적인 것'이 되었다고 말한다. 

사회적 경제에 대해 얘기를 하려고 한 건지, 아니면 책 한 권 내기 위해 이것저것 이야기를 모아보니 '사회적 경제'로 귀결된 것인지 모르게, 이야기들이 두서 없이 펼쳐진다.

처음 1장에서는 '사회적 경제'에 대한 이런 얘기, 저런 얘기를 10가지 골라 썼다.  2장에서는 DJ,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서의 '사회적 경제'에 대해 썼는데, 이 방식은 대통령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한 프랑스 소설 "프랑스적인 삶Une vie française"(장폴 뒤부아)의 구성을 차용한 것이다.  저자는 DJ의 시대를 '완화된 신자유주의', 노무현의 시대를 '강화된 신자유주의 시대'로 표현했다. MB는 4대강과 자원외교로 대표되는 '사기꾼의 시대', 그리고 박근혜는 그냥 '순실의 시대'라고 말한다. 

3장에서는 최근 몇 달 사이에 문 닫은 동네 가게들에 대해 쓰면서, 건물주2세대의 야박함과 '경제 휴머니즘'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말한다.  그리고 마지막 4장에서는 공유지 비즈니스에 대해 썼다. 구시대에서는 '공유'라는 말이 '북한 등 사회주의권 협동농장' 정도로 생각되었지만, 요즘의 젊은이들에게 '공유'는 에어비앤비, 쏘카, 우버 택시같은 트렌디한 개념으로 다가온다.  사회적 경제의 다른 말은 '공유지commons와 관련된 비즈니스'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경제활동에 가장 중요한 문제가 되는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파트 협동조합'이 새로운 미래가 될 수는 없는지, 사회적 경제가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했을 때, '구청장'의 존재감이 부각되는 사회가 될 순 없는지, 소규모 공동주택에 대한 '에너지 리노베이션'을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사회적 기업이 나와서 성공할 순 없는지, 로컬푸드 정책을 통해 먹거리를 해결할 순 없는지,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예상치 못한, '종교'의 도움을 언급한다. 1970~80년대의 가톨릭농민회처럼, YMCA처럼, 불교의 '인드라망 생협'처럼, 종교시설 안에 '카페' 대신 '생협 매장'을 만들 수는 없는지.  

저자가 "사회적 경제는 좌우를 넘는다"라고 한 이유는, 외국을 보면, 보수적인 사회에서도 사회적 경제에 대해 적극적인 지원을 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도시가 스위스 취리히다. 스위스 내에서는 대표적인 보수도시지만, 사회적 경제만큼은 활발히 돌아가고 있다. 일본도 그렇단다. "생활경제와 생활정치라는 측면에서 좌우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p.239)다. 우리나라도 그렇게 되야 하고, '더 가난해지지 않기 위해서는' 좌우 구분 없이' 사회적 경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게 결론이다. 

 


책 속 구절:

우리가 요즘 사회적 경제라고 부르는 것은 가난 속에서 피어난 꽃과 같은 것이다. 역사적으로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다. 19세기, 자본주의가 가난한 사람들을 전혀 챙겨 주지 않던 시절에 협동조합이 생겨났다. 유통망이 발달하지 않아 가게라는 것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 상태에서 알아서 물건을 구해 오는 소매조합도 이 시절에 생겨났다. 1929년 대공황 이후로 협동조합은 하때 이탈리아에서 국가를 운용하는 기본 조직으로 검토된 적도 있다. 대공황에 버금갈 것으로, 혹은 그 이상을 예측하는 상황에서 전 세계적으로, 특히 OECD 구가들을 중심으로 '사회적 경제'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P.62~63)

사회적 기업 육성법은 이윤이 발생하면 3분의 2 이상을 사회적 목적으로 사용하는 회사를 사회적 기업으로 규정한다. (p.122) 

정부가 사회적 기업이라는 용어의 사용을 독점하면서 사회적 기업의 이미지에도 소소한 변화가 생겨났다. 시민들 속에서 자생적으로 변화를 이끌어 나가는 경제적 주체라는 이미지보다는, 정부의 인건비 지원금이나 사업 보조금을 받기 위해 급조해서 만들어진 유사 경제 주체라는 이미지가 한국 사회적 기업의 대중적 이미지다. 필요하면 정부 지원을 받을 수는 있지만, 그것이 사회적 기업이라는 독특한 범주가 만들어진 이유는 아니다. (p.124) 

MB의 시대는 그 자체로는 이름을 붙이거나 해석하기가 아주 어렵다. 그러나 이어진 박근혜의 시기와 대비해 보면, 조금은  더 명확해질 것 같다. 박근혜는 자신이 뭘 하고 싶고, 뭘 하는지 전혀 몰랐다. 무슨 일이 주변에서 돌아가고 있고, 나라는 어떻게 움직이는지 전혀 알지 못했던 것 같다. 최순실 사태 이후의 박근혜 정부와 비교하면 MB는 자신을 잘 알고 있던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 무엇에 관심이 없는지, 뭐는 꼭 해야 하는 것인지, 뭐는 되거나 말거나 별 상관이 없는지, 자신에 대한 이해에 충실한 사람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 정의에 딱 들어맞는 것이 사기꾼이다. [...] 그리고 그 사기의 클라이맥스가 4대강과 자원외교다. (p.126)  

[...] 간단하게 분류해 보면, 한국은 이 압축 현상에 대한 평가에서 경제적으로 좌우가 나뉜다고 할 수 있다. 압축한 건 잘했다, 그러니 그사이에 벌어진 소소한 부작용은 눈감아 주자고 말하면 우파다. 반명 압축되는 과정에서 벌어진 문제점을 이제는 완화하거나 해소하자고 말하는 사람들이 좌파다. 좋다고 말하든 나쁘다고 말하든, 압축 현상이 벌어졌다는 사실만큼은 모두가 동의하는 것 같다. 압축에 대한 평가와 전망과는 달리, 현상만큼은 모두가 동의한다. (p.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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