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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경영·경제

명견만리(인구, 경제, 북한, 의료 편)

by mariannne 2023. 2. 22.

명견만리 - 향후 인류에게 가장 중요한 것들을 말하다 (인구,경제,북한,의료 편)
KBS 명견만리 제작팀 저 | 인플루엔셜 | 2016년 06월 

KBS에서 만든 EBS 지식e같은 건가? TV 프로그램은 어땠는지 모르지만, 책 <명견만리>는 지난 여름에 문대통령이 휴가때 읽었다고 알려지면서 크게 화제가 되었다. 역시 잘 만든 책이구나.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엄청나게 빼앗아 버릴거라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 기계가 우리의 일상까지 지배할 지도 모르는 위기의 시대에, "작은 개인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큰 변화가 매일같이 벌어지는 세상에서, 우리 삶이 어떻게 달라질지 한 치 앞을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p.6)에, 이 책은 '각종 트렌드 속에 숨어있는 변화의 방향을 주목'(p.7) 하며 '절박한 이슈'를 다루었다. 인구, 경제, 북한, 의료의 네 가지 주제를 다룬 이번 편에서는, 일찌감치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 살기좋은 독일, 북유럽 사례와 이탈리아, 스페인, 일본 등에서 보는 실패 사례 등을 소개한다. 장마당 세대로 불리는 북한 신인류와 북한의 변화, 북-중-러 삼각지대가 우리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사실도 알려주고 있다. 저출산 시대의 '인구쇼크'가 왜 문제인지, 은퇴 이후의 삶은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등 흥미로운 내용이 많다. 


책 속 구절: 

은퇴 이후 180도 달라진 인생을 사는 이가 또 있다. 영어, 일본어, 중국어에 능통한 외국인 관광택시기사 이춘계 씨. 대기업에 입사해 계열사 대표이사까지 역임한 그는 은퇴 후 택시로 인생 2막을 열었다. 
2008년에 은퇴한 이 씨 또한 처음엔 막막했다. 30년 동안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일하러 갈 직장이 있었는데, 퇴직하고 나서는 갈 곳이 없었다. 수명은 점점 늘어나 살날은 많은데 계속 아무 일도 안 하고 지내는 것은 고역이었다. 그는 외국어 실력을 밑천 삼아 택시 운전을 시작햇다. 
이 씨가 처음 택시기사를 한다고 했을 때 주변의 많은 친구들이 만류했다. 일은 고된데 수입은 얼마 안 돼서 석 달 버티기도 힘들 거라고들 했다. 오직 그의 아내만이 퇴직하고 노느니 다만 얼마라도 버는 게 낫다며 용기를 북돋아주었다. 지금은 얼마 안 되지만 고정 수입이 있고 매일 아침 일하러 갈 곳이 있다는 게 커다란 자산이고 위안이다. 이 씨는 지금도 손님을 기다리는 틈틈이 외국어 공부를 한다. 
그는 새로운 일을 하려면 과거 자신이 누리던 직위나 수입에 연연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눈높이를 낮추고, 자신이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긍정적으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p.36~37)

 

우리 사회는 이제까지 평균 20대에 취업해 60대에 은퇴하는 일모작 경제활동을 해왔다. 하지만 수명 연장 시대에는 40대 후반부터 준비를 시작해 50대 중반 은퇴하기 전 또 한 번의 경제활동에 뛰어드는 이모작 경제활동이 필요할 것이다. 그럴 때 일모작 시기에 가졌던 일자리와 유사한 일자리를 가지지 못한다고 해서 스스로 좌절할 필요는 전혀 없다. 20대의 나와 50대의 내가 완전히 다르듯이, 일자리도 마찬가지다. 연령대에 맞추어 경험과 연륜이 필요한 직업을 선택한다면 청년세대와는 다른 일자리 시장에서 충분히 자신의 인생을 만들어나갈 수 있다. (p.38) 


기계가 인간의 일자리를 위협할 것이라는 불안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19세기 영국에서는 산업혁명으로 실업자가 된 노동자들이 공장을 습격해 방직기계를 때려 부수는 '러다이트 운동(luddite Movement)'이 일어났다. 수백 명의 노동자가 할 일을 기계 하나가 척척 해내니 일자리를 빼앗아가는 원흉으로 보였던 것이다. 
그러나 노동자들의 예상과 달리 산업혁명으로 시작된 기계문명의 발달은 얼마 지나지 않아 더 풍부한 일자리를 만들어냈다. 더불어 인간이나 가축의 힘으로 해왔던 고된 육체노동을 기계가 대신함으로써 인간의 생활은 좀 더 편리해질 수 있었다. 
그렇다면 지금 일어나는 변화도 같은 패턴을 보일까? 조금 기다리면 새로운 시대에 필요한 새로운 일자리가 더 많이 생기는 것이 아닐까? 지금은 세상이 한 단계 발전하는 과도기인데 우리가 그 사이를 못 참고 호들갑을 떠는 것은 아닐까? 
안타깝게도 19세기와 지금의 상황은 같지 않다. 이전처럼 기술 발전으로 경제가 성장하는 건 같지만 일자리는 늘어나지 않는다. 오히려 경제성장과 일자리 증가가 반비례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p.106~107)


일자리가 사라지는 상황은 600만 년 인류 역사에서 단 한 번도 없었던 일이다. 인류는 역사의 99퍼센트에 달하는 기간 동안 수렵과 채집 활동을 하며 살았다. 일을 해서 가족을 먹여 살리기도 했고 사회적 관계를 만들기도 했다. 그런 의미에서 일은 우리에게 본능이다. 일이 있어야만 인간은 인간다워질 수 있다. 
그러나 인류 진화의 역사를 통째로 뒤흔드는 이 엄청난 지각변동 앞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기계와 공존하면서도 인류가 일자리를 잃지 않고 함께 발전하는 길은 있을까? 
언제나 질문에 답이 있다. 이제 대기업 위주의 경제 구조가 일자리와 임금을 늘리지 못한다면, 그 경제 구조를 바꾸기 위한 정책에 집중하는 것이 답이다. 대체 가능하고 표준화된 능력이 없는 사회가 되었다면, 그렇지 않을 능력을 키울 수 있는 교육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지금의 답이다. 우리는 언제나 더 좋은 것, 더 나은 답을 찾아야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익숙하지만 잘못된 일'을 그만하는 것부터 해야 한다. 그것으로부터 변화는 시작될 수 있다. (p.119)


전 세대의 양보를 통해 스웨덴이 지향하고자 했던 것은 가족 중심 정책이다. 이러한 정책을 통해 스웨덴은 양극화, 세대갈등으로 대표되는 저성장의 병폐를 극복할 수 있었다. 그 결과 현재 스웨덴 합계출산율은 1.9명으로 선진국 최고 수준이다. 
스웨덴이 저성장 시대에 맞는 해법을 찾아 사회 시스템과 구조를 바꿔나갈 수 있었던 힘은 사회적 합의에 있다. 경제가 어려워지고 사회가 흔들리자 스웨덴 국민들은 모두가 한 발씩 물러섰다. 기업과 노조, 청년 세대외 노년 세대, 농촌과 도시가 모두 사회 전체의 공공선을 위해 양보하고 타협했다. 이 힘으로 스웨덴은 세계가 부러워하는 복지제도를 유지하면서도 저성장의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리고 이것이 스웨덴과 이탈리아를 가른 차이다. (p.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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