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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소설

심플 플랜

by mariannne 2023. 5. 14.

 

심플 플랜
스콧 스미스 저/조동섭 역 | 비채 | 2009년 03월  | 원제 : A Simple Plan (1993)


포털에서 맛보기 포스트에 낚여 정보를 찾기 시작했고, 무료 대여기간 찬스를 활용해  e-book으로 읽었다. 종이책으로는 540페이지, 상당한 분량이지만 순식간에 읽히는 소설이다. 몇 시간 동안 움직이지 않고 PC화면을 쳐다보니 한 편의 영화를 보고 있는듯 했는데, 실제로 1999년에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해피엔딩일거라 기대하진 않았지만, 생각보다 훨씬 더 비극적인 상황이 전개되고, 결국 나쁜 놈만 살아남은 셈인데, 그 인생이 또 그다지 불행하지도 않다. 죽은 사람들만 불쌍하게 되었다. 욕심이 더 큰 욕심을 부르고, 그 다음에는 화를 부른다는 진리를, 아주 길고 흥미진진하게 전개했다. 

 

책 속 구절: 

나는 알았다. 이제부터는 일이 더 쉬워지겠지. 하루하루 지날수록 내가 저지른 일에 대한 불안은 점점 줄어들겠지. 피더슨은 땅에 묻혔고, 부검으로 무엇이 드러날 위험도 없어졌다. 비행기는 눈에 묻혔으며, 비행기 주변의 발자국들은 영원히 지워졌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큰 위안은, 내가 스스로를 여전히 좋은 사람이라고 여기는 것이었다. 나는 자연보호림 가장자리에서 일어난 사건이 나를 변화시킬 것이라고, 내 성격이나 특질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가 죄책감에 황폐해져서 내 범죄에 대한 공포로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입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여전히 예전 그대로였다. 피터슨의 죽음은 내가 발견한 돈과 같았다. 일부러 생각하면 늘 떠올랐다. 그러나 생각하지 않으면 사라졌다. 내가 굳이 그 일을 떠올리지 않는 한, 그 일 때문에 내 평소 생활이 달라진 바는 전혀 없었다. 그 일을 떠올리지 않는 것이 중요했다.
내가 새해 첫날에 저지른 일은 에외적인 일이라고 믿었다. 특별한 상황, 내 힘이 미치지 않는 상황 때문에 달리 어쩔 도리가 없었고, 모든 것이 아주 납득할 만한 일, 심지어 용서될 수 있는 일 같았다.
 
[…] 우리는 함정에 빠졌다. 우리는 한계를 넘어섰으며, 돌아갈 수 없다. 그 돈 덕분에 꿈꿀 기회를 얻었지만 그 때문에 현재의 삶을 경멸하게 되었다. […]

 


[나중에 생각나지 않을까봐 적어놓는 스포성 줄거리] 

주인공인 행크 미첼과 그의 형 제이콥 미첼, 제이콥의 친구 루 챔버스 세 사람은, 어느날 우연히,  추락한 비행기 안에서 440만 달러의 돈을 발견한다. 셋 중 가장 이성적인 행크는, 비행기가 곧 발견될 터이니, 돈을 보관만 하고 있다가 6개월 동안 아무 일이 없으면 그때 나눠 갖자는 제안을 하고 집으로 가져가 침대 밑에 숨겨 놓는다. 

며칠 후 다시 범죄 현장을 찾아간 행크와 제이콥 형제 앞에 동네 노인이 나타났고, 당황한 두 사람은 시비 끝에 노인을 죽이고, 사고사를 위장한다. 주책맞은 제이콥은 친구인 루에게 그 얘기를 했고, 루는 행크를 협박하기 시작한다. 어느날 밤 루의 집에서 싸움이 일어났고, 제이콥은 루를 총으로 쏘아 죽이고 만다. 행크는 루의 애인 낸시를 죽이고, 이를 위장하기 위해 집주인을 유인해 죽인 다음, 형을 믿지 못해 형마저 죽인다. 

440만 달러는 어느 부호가 유괴범 형제에게 건넨 현찰이었다. 이 와중에 또 보안관과 FBI를 위장한 유괴범 형이 죽고, 돈이 결국 행크 부부(이 상황이 되도록 계속 조종하는 행크의 부인 사라가 있었다)에게 돌아가는 듯 싶었지만, 진짜 FBI가 나타나 행크에게 '사라진 그 돈'의 지폐일련번호를 10장에 1장 꼴로 적어놨다는 정보를 흘린다. 결국 돈은 모두 태워버릴 수 밖에 없었다. 

행크 부부는 다시 평범한, 아니 좀 더 가난한 생활을 계속하게 되었다. 첫째 딸 아만다가 사고로 발달 장애가 오지만, 여섯 명을 죽인 부부에게 그 정도의 죗값은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그 값을 죄 없는 딸이 짊어진다는 게 안타깝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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