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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인물·자기계발

달리의 연인 갈라

by mariannne 2014. 4. 16.

 


달리의 연인 갈라 - 광기 어린 사랑과 예술혼

소피 들라생 (지은이) | 조재룡 (옮긴이) | 마로니에북스 | 2008-07-20 | 원제 Gala pour Dali
 

갈라의 본명은 엘레나 디미트리예브나 디아코노바, 1894년 볼가강 근처에서 태어나 러시아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녀는 폴 엘뤼아르와 살바도르 달리의 뮤즈로 알려져 있는데, 어떠한 작품 활동도 하지 않으면서도 20세기 초현실주의 예술가 그룹의 중심이었고, “재능 있는 사람들로 이루어진 그룹을 만들 어떤 임무가 그녀에게 부여된 것”(p.65)같은, ‘태생이 뮤즈’인듯한 여성이다. 그녀가 한 일이라곤 달리의 광기(狂氣)를 잠재워주고, 예술적 영감을 불러 일으키고, 그의 동반자로 오래 살았던 것 뿐이지만, 사실 누가 또 그런 역할을 해 낼 수 있을까? 그녀는 미치광이 같은 살바도르 달리가 “내 어머니보다 더, 내 아버지보다 더, 피카소보다 더, 그리고 심지어는 돈보다도 더 그녀를 사랑한다”고까지 한 사람이고, 폴 엘뤼아르가 배신을 당하고도 평생을 사랑한 상대이기도 했다.

1913년 1월, 갈라는 폐결핵 치료를 위해 스위스의 요양소를 찾는다. 그녀는 그곳에서 이미 한달 전부터 요양중인 열 일곱살 청년 폴 엘뤼아르를 만난다. 서로를 잘 이해하게 된 그들은 1917년에 결혼하고, 이듬해 아이를 낳는다. 갈라는 수 년간 엘뤼아르의 뮤즈였지만, 앙드레 브르통, 막스 에른스트 등이 있는 초현실주의자들의 모임에서는 “거북한 존재’였다. 예술가도 아니면서 예술가 그룹에 속해 있는 유일한 존재였고, 그럼에도 “그녀(갈라)가 내놓는 의견들이 겉으로 암묵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었”(p.41)기 때문이다. 갈라는 폴과 함께 막스 에른스트와 묘한 삼각관계를 이루며 동거했고, 당연히 구설수에 올랐다. 1927년, 막스 에른스트가 결혼을 하면서 이들의 관계는 삼각관계는 끝이 났지만, 1929년 다시 폴과 갈라 인생에는 다시 한 번 복잡한 변화가 찾아온다. 그 해 여름, 이 부부는 지인들과 함께 스페인 카탈루냐를 방문했고, 이때 괴상한 20대 예술가 살바도르 달리를 만나게 된 것이다. 


살바도르 달리는 언제나 이상한 사람이었다.
폴과 갈라가 그를 처음 만났을 때에도 그랬다. “살바도르 달리는 때로는 포복절도하거나 땅바닥을 구르면서, 커다란 소리로 점철된 일관성 없는 대화를 반복했”(p.14)고, 아무도 웃지 않는 농담을 계속 했다. 갈라는 처음에 “정신이상자처럼 보이는 이 청년에게 과연 천재성이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품”(p.14)을 수 밖에 없었다. 달리와 갈라,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누가 알 수 있을까? 며칠 지나지 않아 둘은 운명처럼 ‘영원히 헤어지지 않을 것을 확신’하는 사이가 된 것이다. 달리의 나이 스물 넷, 갈라는 그보다 열 살이 많았다. 달리는 ‘갈라로 인해 광기가 치료되었고, 히스테리 증상도 사라졌으며, 새로운 삶의 활력이 장미꽃처럼 피어나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달라가 갈라와 함께 지낸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만해도 그는 아이에게 젖을 물린 한 여인을 보고 갑자기 흥분하여 자위를 시작하고, 곧 자신의 행동을 자책하며 벽에 머리를 부딪쳐 이빨 하나를 부러뜨리고, 그 이빨을 집에 실로 매달아 행운을 비는 기이한 사람이었다. 그런 광기가 갈라로 인해 치유되었을까? 그 이후 행동을 보면 그 광기가 사라진 것 같지는 않다. 

폴 엘뤼아르는 어느 날 갑자기 부인을 떠나보내게 된다. 십 년 넘게 함께 한 갈라가 한 미치광이 예술가와 사랑에 빠져 떠나게 된 것이다. 폴은 달리와 갈라가 재정적으로 어려움에 처하자 이들을 돕기까지 하는데,  그건 갈라에 대한 변함없는 애정 때문이었다. 갈라가 달리에게로 간 이후 몇 년이 지나서야 폴은 갈라와 이혼하게 된다. 하지만 폴은 이혼하는 순간에도 이렇게 고백한다. “갈라, 오래 전부터 나는 당신을 사랑해왔고, 지금도 그렇다오. 이렇게 헤어지기에는 내가 당신과 지나치게 오래 살았다고 생각되오. 당신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지나치게 오랫동안 나는 당신의 욕망과 당신의 꿈과 당신의 본성에 모든 것을 맞추어왔다오.” 그로부터 2년 후, 폴은 열두 살이나 어린 한 여자와 결혼하는데, 상대는 ‘떠돌이 서커스 집안 출신’에 ‘반쯤은 거지꼴을 하고 있는’ 극단 단역 배우였다. 그는 결혼 직전에도 갈라에게 이런 편지를 보낸다. “내가 내일 결혼한다는 사실은 나를 우울의 심연 속으로 가라앉게 한다오. 밤마다 나는 당신의 꿈을 꾸오. […] 사랑하는 갈로추카! 언젠가 나는 당신이 지금 인정하고 있는 거리만큼 떨어져서라도, 당신 곁에 살기 위해 되돌아갈 것이오.”(p.101)

살바도르 달리와 갈라는 폴 엘뤼아르의 재혼 후 정식으로 간소하게 결혼을 했고, 그로부터 20년이 지나 폴이 죽은 후에야 화려한 정식 결혼식을 올린다. 사람들은 갈라를 두고 “여자 마법사, 폭군, 심술 궂은 여자, 음흉한 여자, 예술가를 학대하는 여자”라며 비난했다. 반면 달리는 “갈라는 직관이 있다, 갈라는 언제나 옳다, 갈라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성이다”며 극찬한다. 같은 사람을 두고 한 말이라니! 이 책의 제목은 “달리의 연인 갈라”이지만, 갈라에 대해 많은 분량을 할애하진 않았다. 사실 좀 기대했는데, 그녀에 대해 더 이상 알려질 것은 없는 모양이다. 따라서 갈라는 여전히 '미지의, 이해하기 힘든 매력'을 가진 뮤즈로 남아있다. - 살바드로 달리는 그렇다 치고, 폴 엘뤼아르는 왜? - 어쨌거나 미치광이 청년에서 ‘슈퍼스타 달리’가 되기까지의 이 커플의 행보를 읽는 재미가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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