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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비소설

호모 코레아니쿠스

by mariannne 2007. 10. 14.


호모 코레아니쿠스
(진중권 저 | 웅진지식하우스)

한국인이라서 그런것일까?

영화 "디 워"를 둘러싼 대한민국 국민의 열광을  '애국주의적 광기'라고 하며 영화에 대한 비판과 함께 '집단 문화'에 대한 악담을 퍼부었던 그는, 이미 일찌감치 '한국인'의 습속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호모 코레아니쿠스"는 그것에 관한 책이다. “ ‘디 워’의 옹호론에서 한국 사회가 앓는 정신질환의 실체를 보게 된다”고 말한 그는, 그보다 몇 달 전에 쓴 이 책에서는 "우리의 습속을 비하할 생각도 없고, 자화자찬을 늘어놓고 싶지도 않다. 비하를 해버리기에는 한국의 역사가 너무나 아프고, 자찬을 하기에는 아직 이 사회에 문제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라고 했지만, 사실은 자신에게서 떼어버리고 싶은 '한국인의 습속'에 대해 진저리 치는 모습이 더 많이 눈에 띈다. 대한민국 사람이기 때문에 전혀 이상함을 느끼지 못했던 많은 것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부끄러워지는 것은, 그의 논리가 너무 자연스럽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명확한 주장을 내세우기 보다는, '해괴하기 짝이 없는 일'이라든지 '그런 나라는 대한민국 뿐이다'라는 문구로 내용을 정리한다. 처음 보고서 다시 볼 일이 없는 이들끼리 명함을 주고 받는 것이, 외국인에게 그 자신의 나라에 대해서 자세히 물어보는 것이, 시간에 대한 강박이, 장례식장에서 통곡하는 것이, 치맛바람이, 인터넷 게임에 열광하는 것이 이상한 일이었나. 그럴 수도 있다. '평균적 한국인은 박정희가 만들어낸 프랑켄슈타인'(p.54)일지도 모르니까. 그쯤하면 현실이 어떤지 알았으니, 진중권 씨 같은 사람이 대한민국의 긍정적 에너지에 대해 많이 얘기하고, 그 미래를 제시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아주 많이 든다.

책 속 구절 :
한국에서는 위계적 사고가 언어 속에 뿌리를 박고 있다. 이를 피하려고 나는 나이 어린 학생들에게도 늘 존댓말을 쓴다. 같은 학교를 나왔어도 개인적 친분이 없는 후배들에게도 마찬가지다. 그러면 어떤 학생은 불편하게 여기고, 어떤 후배는 섭섭하게 여긴다. 그래서 만날 때마다 "반말 쓰세요"라고 말한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가끔 나이 몇 살 더 먹었다고 내게 반말지거리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짓을 하면서 나와 인간 관계를 맺겠단다. (p.121)

얼마 전 주부들을 위한 강연을 했다. 강연 후에 나온 질문은 역시 대부분 자녀 교육에 관한 것. 애들 억지로 공부시키지 말랬더니 한 어머니가 말한다. "우리 아이는 5년 전 강제로 과외를 시켜주지 않았다고 지금 저를 원망해요." 자기가 공부 안 하고 왜 남을 원망하는지 모르겠다. 그 어머니에겐 이렇게 조언을 해주었다. "걔한테, 지금 혹시 5년 후에 후회할 것 없는지 생각해보라고 하세요."
한국의 많은 엄마들은 아이를 어른으로 키울 생각이 없어 보인다. 그렇게 자란 아이들은 성인이 돼서도 판단의 '주체'가 아니라 여전히 통제의 '대상'으로 머문다. 한 어머니는 내게 와서 묻는다. "우리 아이가 대학 4학년이거든요. 대학원에서 미학을 전공했으면 좋겠는데, 글쎄 여성학을 하겠다고 해서 걱정이에요." 그에게 대꾸해주었다. "대학 4년이면 성인인데, 왜 아직도 진로를 엄마가 정해주시나요?"(p.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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