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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비소설

DEATH 죽음이란 무엇인가

by mariannne 2013. 3. 20.


DEATH 죽음이란 무엇인가: 예일대 17년 연속 최고의 명강의 
셸리 케이건 저/박세연 역 | 엘도라도 | 원서 : Death

 

죽음은 끝을 의미할까? 이 세상에 영혼이라는 게 존재할까? 이에 관한 두 가지 관점이 있다. 물리주의자와 이원론자의 관점이다. 물리주의자는 사람에게 ‘정신’이나 '인격'은 있을지 몰라도, ‘영혼’ 같은 건 없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죽으면 그것으로 끝이라는 거다. 저자 역시 이 부류이다. 왜냐면, “영혼의 존재를 받아들일 만한 마땅한 근거를 찾지 못했”(p.103)기 때문이다. 반면 이원론자는 사람의 육체와 영혼이 분리되어 있다고 믿는다. 이원론자에게 ‘영혼’의 존재가 논리적으로 증명 안 되는 게 무슨 상관일까. 하지만 이 책의 목적은 논리적으로 접근하고, 대화하며 결론을 이끌어 내기 위한 것이니, 많은 가설과 함께, 그것을 증명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해야 한다. '그냥 믿는다'는 것은 소용이 없다.

 

만약 영혼이라는 게 있다고 하자. 그렇다면, 영혼은 불멸하는 것일가? 육체의 죽음과 함께 영혼도 사그지는 것은 아닌가? 또는, 영혼이 육체와 함께 사그라지지만, 환생한다고 하자. 따라서 1,000년 후에 누군가, 어떤 육체가 내 영혼을 갖고 있다고 하자. 그 영혼은 “성격, 기억, 욕망 등 인격적인 측면에서는 나와 아무런 공통점이 없다.”(p.235) … 그게 무슨 소용인가? 지금의 나와, 1,000년 후의 내 영혼이 아무 상관이 없는데 말이다. 죽고 난 후의 '비존재'가 나쁜 것이라면, '존재하지 않는 나'에게 좋고 나쁘고가 무슨 상관이겠나? 내가 죽은 이후의 무한한 시간이 두렵다면, 태어나지 않았을 때의 영겁의 시간은 아무렇지도 않은 걸까? 태어나기 이전의 무한한 시간과 죽은 이후의 무한한 시간이 다른가? '비존재'에 그거 무슨 상관일까? ... 이 책은 이런 물음과 대답에 관해 얘기한다.

 

인간의 삶이 유한하다는 것과 삶 이후에 또 다른 영원이 존재한다는 것. 이 두 가지는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어느 쪽이 더 좋은 삶을 살게 될까? 때때로 죽음을 생각하면 몹시 두려운 생각이 드는 사람이나, 죽음에 대해 그다지 깊게 생각해보지 않은 사람, 누구에게나 이 책을 읽는 건 좋은 경험이 될 거라 믿는다.   

 

책 속 구절:

 

플라톤은 인생의 목표가 ‘죽음을 연습’하는 일, 즉 최대한 스스로를 육체와 격리시키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소크라테스는 스스로 그런 숭고한 노력을 충실히 해왔다고 믿었다. 그랬기 때문에 죽음에 직면해서도 절망이 아니라 기쁨을 느꼈다. ‘죽음’을 겪고 나야 최종적인 이탈이 일어나고 비로소 천국으로 올라갈 수 있다고 확신했다. (p.114)

 

네덜란드의 철학자 스피노자(Spinoza)는 "인생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 필연적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면, 우리는 그것들로부터 감정적 거리감을 유지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런 일들로부터 더 이상 가슴을 졸이지 않아도 된다. 실망할 필요도 없다. 다른 결과는 처음부터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다른 선택이 처음부터 불가능했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 슬퍼할 이유가 사라져버린다고 스피노자는 생각했다. 마찬가지로 죽음의 '필연성'을 이해하고 이를 내면화할 수 있다면, 우리는 죽음을 덜 부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p.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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