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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비소설

확신의 함정

by mariannne 2013. 6. 5.

확신의 함정
- 금태섭 변호사의 딜레마에 빠진 법과 정의 이야기
금태섭 (지은이) | 한겨레출판 | 2011-06-28

 

도입부분부터 흥미로웠다. 저자가 초임 검사 시절에 만난 30대 초반의 한 피의자 이야기다. 그 사람은 이런 저런 죄목으로 10대 중반부터 교도소를 들락거리고 보호감호 처분을 받아 12년을 살고 나온지 얼마 안 된, 사정이 딱해 보이는 남자였다. 길을 가다 문이 잠겨 있지 않은 차량을 보고 순간적인 욕심에 훔치려다 잡혀 들어왔다. 다시 보호감호를 청구해야 했지만, 초임 검사 금태섭은 그러지 않았다.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고, 도와주고 싶었다. 금의 노력 덕분인지 그 남자는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그러나 나중에 알고 보니 풀려난 그 남자는 저자의 생각과 달리 죄질이 나쁜 범죄자였다. 곧 다시 다른 죄목으로 잡혀 들어온 것이다. 저자는 대체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생각하게 된다.

이 책에 대한 저자의 말은 이렇다. “이 책은 누구나 틀릴 수 있다는 전제에서, 다양한 문제를 여러 가지 방향에서 바라보고 쓴 글이다.”(p.15) ‘딜레마에 빠진 법과 정의 이야기’라는 부제가 책의 전반적인 내용을 설명해준다. 강력범에게도 관용을 베풀 필요가 있을까? 사형은 정당한가? 거세하면 성범죄가 사라질까? 아동성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아예 실명(失明) 시켜버리자는 주장도 있는데, 그게 너무 잔인한 처사인가? 인간적으로 교화시킬 수 없는 ‘악마의 종족’은 따로 있는 것일까? 만약 어린 시절 학대 받고 자라 그 영향으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있다면, 그의 죄를 용서할 순 없지만, 그를 이해해줄 순 있는 것일까? 실제 사례와 소설 속 이야기 등 여러 예를 통해 이야기가 펼쳐진다.

평생 한 번 밖에 받을 수 없는 문학상을 두 번 받은 로맹가리 이야기, 강금실 전 법무장관이 변호한 장정일의 “내게 거짓말을 해봐”, 지구 온난화에 대한 진의, 언니에게 골수를 제공하기 위해 태어난 ‘마이 시스터즈 키퍼’ 안나의 소송, 살만 루슈디의 “악마의 시”를 통해 본 ‘힘으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려는 시도’같은 이야기들도 있다. 무엇보다, 작가의 영화, 소설에 대한 관심과 경험이 흥미롭다. 이 책에는 스무 편이 넘는 이야기의 줄거리가 실려 있고, 오십 편 넘는 작품이 소개된다. 다 읽고 나서, 다음에 읽고 싶은 책 목록에 존 그리샴의 "고백", 도리스 레싱의 "다섯째 아이", 주노 디아스의 "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을 올렸다. 저자의 전작인 “디케의 눈”도 물론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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