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놀이: 작가 공지영의 첫 르포르타주, 쌍용자동차 이야기
공지영 저 | 휴머니스트
이 책은 2012년 4월, 한 남자에게 납치된 여성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그녀는 경찰에 구조요청을 했고, 7분간이나 전화가 연결되어 있었지만 경찰은 외면했다. 그녀는 공포 속에서 죽어갔다. 그 7분간의 구조요청을 외면한 것은 경찰의 무신경함이었을까? 사람들은 경찰의 행동을 탓하지만, 지금 우리 모두의 무신경은 이 사회 곳곳에서 들리는 절박한 외침을 외면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 다음은 1970년,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라고 외치며 분신자살한 전태일 이야기다. 작가는 "그의 죽음은 온 사회를 뒤흔들었고, 생각 있는 자들의 양심을 아프게 찔렀으며, 모든 상식 있는 사람들에게 한 번쯤 잘 산다는 것과 진정 산다는 것의 차이를 돌아보게 했다."(p.16)고 썼다. 그러나 40년 후 대한민국에서는 여전히 보통의 양심이나 상식을 의심할 만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2010년 어느 날,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의 부인이 자살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2011년에는 죽은 부인의 뒤를 따라 해고 노동자 당사자인 남편이 사망한다. 이것은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이후 13번 째 죽음이었다. 모두 22명이 죽었다. 그 중 반이 자살이지만, 유서를 남긴 사람은 아무도 없다. 구조조정과 정리해고는 비단 쌍용자동차 만의 일이 아닐텐데, 왜 유독 그렇게 많은 사람이 자살하는 것일까. 정신과 의사 정혜신은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에 대해 작가에게 설명한다. 우울증보다 자살률이 높다는 병이다.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들의 파업에 개입한 '가진 자와 공권력'의 횡포를 보며 저자는 '30년 전 광주에서 있었던 시민 학살'을 떠올렸다. '경찰과 회사는 정말로 파업 노동자들이 죽어도 좋다고 생각한 것은 아닐까?'(p.139)라고 생각할 정도의 폭력을 본 것이다. 더 무서운 것은 노동자에게 주어진 '의자놀이'다. 사람 수보다 적은 의자가 있고, 노래를 부르다 멈추면 재빨리 의자에 앉는 사람이 의자를 차지하게 되는 놀이 말이다. '거대한 노동자 군단에게 사람 수의 반만 되는 의자를 가져다 놓고', '의자를 놓친 자들에게는 죽음을 부르는 그런 미친 놀이..'(p92)
3년도 안 된 시간 동안 2,646명 중에서 22명의 노동자와 가족이 희생되었는데도 조용한 사회, 이 사회가 정상일까? - 공지영은 이런 의문을 갖고 이 책을 썼다. 정상이 아닌 것 같다. 무법 천지의, 이 사회. 정의가 뭔지도 모르겠지만, 알아도 그 정의를 위해 싸우기 곤란해진, 그런 시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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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내용과 별개로, 공지영의 트위터 설전을 보면 종종 씁쓸한 기분을 갖게 된다. 좋은 의도로 시작한 일이건 어쨌건 간에 그녀의 한 두 마디에, 언론의 부추김에, 그를 둘러싼 일부 네티즌들의 입방아에 기분이 상하는 것이다. 그녀가 책에서 쓴 것처럼, ‘악의 특징’이라는 건 그저 ‘나쁘고, 못되고, 잔인하고’ 같은 것이 아니라 ‘혼돈, 지연, 분열’(p.89~90)같은 것이다.
공지영은 “의자놀이”에서 하종강 교수의 글을 출처 없이 인용했고, 하교수의 글에는 이선옥 작가의 글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건 악의가 아니라 공작가와 출판사의 실수였다. 하교수와 이작가는 출판사 측에 ‘해당 글의 삭제와 제작된 책의 배포 중지 및 배포된 책의 회수’를 요구했다. 공작가는 “잘못은 인정하지만, 좋은 의도(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들에게 수익금을 기부하는 것)를 훼손하는 것”이라며 화를 냈다.
그녀는 트위터를 통해 "언제나 적은 우리 내부에 있다. 내가 너무 단순한가? 정말 무섭다. 겉으론 위선을 떨고 다니겠지... 내면으로는 온갖 명예욕과 영웅심 그리고 시기심에 사로 잡혀 있는 그들은 남의 헌신을 믿지 않는다. 자신들이 진심인 적이 없어서 그런가보다. 헐!"이라며 하교수와 이작가를 비난하기도 했다. 그리고 2쇄를 위한 원고 교정을 마친 후 “오늘 수정작업을 거쳐… 인용문만 제 글로 대치했어요. 제 생각엔 제 글이 더 나은듯 쓩==33”이라는 어이 없는 글을 남겼다. 아… 정말 공지영의 글을 읽긴 하지만, 그녀를 좋아하기가 힘들다. 그녀는 분명 인기작가, 파워 트위터리안의 권력을 지나치게 행사하고 있는 것이다.
공지영-하종강, '의자놀이' 두고 트위터 설전, 왜? (위키트리, 2012년 8월 9일)
하종강·이선옥, “공작가에게 묻는다” (시사IN 269호)
김두식의 고백, 하종강 성공회대 노동대학장 (한겨레, 2012년 11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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