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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비소설

이별에도 예의가 필요하다

by mariannne 2012. 2. 6.


이별에도 예의가 필요하다 
김선주 저 | 한겨레출판

제목만 보면 젊은 작가가 쓴 트렌드 에세이같지만, 뜻밖에도 올해 예순 여섯인 전직 기자의 칼럼집이다(왜 하필 이 제목으로 정했을까?). 저자는 1969년부터 1975년까지 조선일보 기자였고, 유신에 반대하며 자유언론투쟁을 하다 해고된 후 1988년 한겨레 창간과 함께 다시 기자 생활을 시작했다. 이 책은 1993년부터 2010년까지 그가  쓴 칼럼 백 여 편을 모아 펴낸 것. 솔직하기 짝이 없는 그의 글들을 읽고 있자면 꼭 한 번 만나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그 글들은 책 속에서 당장이라도 튀어 나올 것처럼 발랄한데, 이를테면 이런 것들이다. - “몇 년 전 시아버지가 병석에 계실 때 나는 시아버지의 대소변을 가리는 일이 혹시 내 차지가 되지 않을까 조마조마했다. 간병인이 24시간 지킬 수 없고 가족의 손길이 필요할 때도 있을 텐데 …… 며느리인 나에게 그것은 심각한 위협이었다. 다행히 남편과 시동생이 번갈아 시중을 들어 돌아가실 때까지 그 의무는 부과되지 않았고 아무도 나에게 손가락질을 하지 않았다.”(p.52) “세상에는 행동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말만 요란했지 정작 행동에서는 뒤로 물러서는 사람이 있다. 나는 후자에 속하는 사람이다. 격동의 시대를 살아오면서 크고 작은 사회적 이슈가 있을 때마다 그 대의에 찬동하면서도 손끝 하나 까딱 안 했기 때문이다.”(p.168) 같은. 세상살이에 대한 솔직한 생각, 현명한 조언과 지혜가 담겨 있는 글이고, 시대가 잘 반영된 책이다.

저자 홈페이지 http://sunjooschool.com/
한겨레 인터뷰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46277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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