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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비소설

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

by mariannne 2011. 12. 29.


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
무라카미 하루키 저/이영미 역 | 비채 | 원서 : 村上春樹 雜文集

소설가가 소설도 아니고 에세이도 아닌 ‘잡문’따위를 모아 “잡문집”이라고 이름붙여 책을 내는데도 발간 전부터 베스트셀러가 되는 건 무라카미 하루키나 가능한 일일거다. “실로 ‘잡다’하다고 할 수 밖에 없는 구성”이라 편집 과정에서도 계속 ‘잡문집’이라고 불렀고, 그래서 “잡다한 글들이니 철저하게 잡다하게 가도 괜찮을 거라” 생각하고 낸 것이고, 두툼하지만(500쪽 정도) 손에 들기 쉬운 사이즈에 내용도 가벼워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하루키 팬들에게는 얼마나 기쁘고 반가운 책인지 말할 필요도 없고.

이 책은 많은 독자의 마음을 설레게 했지만, 내 개인적으로는 소설이나 에세이에 비해 반가움이 덜했고, 읽고 나니 마음에 착 달라붙는 글들도 아니라 적잖이 실망이었다. 물론 순전히 개인적으로 그런 것이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작가 생활 삼십 년 동안 청탁을 받고 쓴 인사말, 서문, 추천글과 번역자로서 활동하면서 겪은 외국 작가들에 대한 생각, 하루키가 사랑하는 음악에 관한 이야기들, “언더그라운드” 집필에 관한 짧은 글 등인데, 나로서는 하루키의 음악 얘기보다 운동(마라톤)이나 맥주, 음식, 또는 여행이나 일상에 관한 이야기가 더 좋기 때문이다. 이 책에 대해 말하자면, 출판사 홍보 문구처럼 “30년 하루키 문학의 집대성”이라는 건 좀 호들갑스럽고,  하루키 스스로 쓴 아래의 글 정도로 생각하면 적절할 것이다.

설날 ‘복주머니’를 열어보는 느낌으로 이 책을 읽어주셨으면 하는 것이 저자의 바람입니다. 복주머니 안에는 온갖 것들이 들어 있습니다. 마음에 드는 것이 있는가 하면,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게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거야 뭐 어쩔 도리가 없겠죠. 복주머니니까요."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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