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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소설

프러포즈는 필요없어

by mariannne 2007. 12. 15.

프러포즈는 필요없어
(나카무라 우사기 저 | 책이좋은사람)

"나는 명품이 좋다" "너희가 명품을 아느냐"의 저자 나카무라 우사기의 소설. 서른을 앞둔 한 카피라이터가 '애인'이라고 생각했던 한 남자의 결혼 소식에 뒤통수를 맞으며 시작된다. '멍청하게 손톱이나 다듬으면서 호호거리던 여자들'이 괜찮은 남자들을 죄다 채가는 동안, '잠잘 시간도 없이 열심히' 일하면서, '허구한 날 뾰루지에 다크 서클에, 거기에 남자한테는 툭하면 차이고 상사한테는 만날 욕이나 얻어먹'는 부류인 주인공의 신세 한탄은, 다행히도 아주 짧은 시간에 끝난다. 소설은, 저자의 전작 수필들처럼 가볍고, 경쾌하게, 그리고 아주 긍정적으로 이어진다. 외모를 가꾸기 위해 에스테틱에도 가고, 네일케어도 받고, 도나 카란의 드레스도 사면서 '아름다운 자태로 우아하게 사는 열대어'가 되려고 하지만, 결국 '넓은 바다를 끊임없이 헤엄치지 않으면 죽고 마는 회유어回游魚'(p.94)가 자신의 행복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는 내용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그리하여 소설은 다음과 같이 끝난다. "내 인생은 홉, 스텝, 그리고 번지점프. 고지에게 차였던 밤, 나락의 저 끝으로 떨어지는 것만 같았지만 나는 이렇게 돌아왔다. 그냥 돌아오기만 한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선물을 받고 돌아왔다. 그런 내가, 나는 사랑스럽다. 내일이 되면 다시 자기혐오에 빠질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나 자신을 마음껏 좋아하고 싶다. 그러면 된 거 아니겠어?"(p.276) 과연 나카무라 우사기 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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