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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경영·경제

디퍼런트

by mariannne 2011. 7. 25.

디퍼런트: 넘버원을 넘어 온리원으로  
문영미 지음 | 살림Biz

 ‘차별화’라는 건 누구나 잘 알고,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마케팅 기법이지만 의/외/로 대부분의 기업이 자사의 제품 확장과 경쟁을 통해 타사 제품과 점점 똑같아지려고 노력하면서 자멸의 길을 달려가고 있다. 고객이 원하는 수준을 맞추기 위한 ‘상식적인 범위를 벗어난 노력’ 때문인데, 이를테면 10년 전까지만 해도 ‘볼보’는 실용성과 안전성을, ‘아우디’는 스포티함을 내세웠지만, 현재 안정성 테스트에서 아우디가 볼보를 앞지르고, 볼보의 TV 광고는 운전의 재미를 역설(p.56)하고 있는 것, 또는 스타벅스에서 아침 식사 메뉴를 개발하고, 맥도날드에서 커피를 파는 것 등이다. 강점을 내세우기보다 약점을 보완하는 이런 행태는 ‘진화’가 아니라 ‘파멸’이라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진화의 역설이란, 모두들 발전을 위해 달려가지만, 마지막에 도달하는 곳은 공동의 파멸뿐이라는 사실을 의미한다. (p.97)

그렇다면, ‘차별화’로 성공한 기업과 브랜드는 어떤 것이 있나. 차별화의 필요성을 설명한 1부(“경쟁하는 무리들”)는 좀 지루했는데, 성공 사례를 보여주는 2부(“경쟁은 없다”)로 가면서 재미있어진다. 야후 같이 첫 페이지에서 모든 것을 충족시켜주는 포털이 득세하던 시절, 구글은 검색창 하나만을 보여주며 역포지셔닝 브랜드reverse-positioned brand’(독특한 아이디어를 통해 소비자들의 기대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기로 결단을 내린 아이디어 브랜드)로 성공한다. 젯블루항공은 기내식 서비스와 비즈니스 클래스, 티켓 할인 프로그램을 몽땅 없애버리고 전 좌석 최고급 가죽시트, 개인용 LCD, 위성 TV 시스템 서비스를 제공하며 ‘상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가치’(p.141)를 선물한 기업으로 자리매김했고, 이케아는 배송과 조립도 해 주지 않는 가구를 팔면서, 가구가 ‘소비재’에 불과한 ‘소프트한’ 제품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며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소니는 아이보AIBO를 개발해놓고 가정용 로봇이 아닌 애완견 카테고리에 넣어두는 마케팅 전략을 세웠다. 따라서 사람들은 로봇에 대한 높은 기대 수준을 갖는 게 아니라 사랑스러운 애완견으로 생각하게 됐다. 하기스는 네 살이 넘은 아기들에게 입힐 팬티형 기저귀를 내 놓으면서 ‘기저귀’ 대신 ‘팬티’ 카테고리로 제품을 집어 넣는 등의 일탈 브랜드breakaway brand’ 전략(완전히 새로운 카테고리 개념을 제시함으로써 소비자들이 제품에 대해 호감을 느끼고,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도록 만들기)을 세웠다. 미니쿠퍼는 대형 자동차만을 고집하는 소비자들에게 작은 사이즈를 노골적으로 강조하는 전략으로 다가갔고, 베네통은 공포감을 주는 광고로 히트를 쳤다. 이것은 적대 브랜드 마케팅, 즉 ‘안티마케팅anti-marketing’ 전략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집대성한 가장 매력적인 브랜드는 애플, 할리 데이비슨, 도브 등이다.

100%의 정답이 아닌, 2%의 흥미로운 아이디어를 보여 주려는(p.246) 시도가 새로운 발상, 디퍼런트Different의 시작이 될 것이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첫째, 비즈니스 세계를 비딱하게 보려는 노력과 둘째, 논쟁을 유발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것(p.247) 등이 가치 있는 시도가 될 것이다. 

책 속 구절:
… 프라푸치노를 밀크셰이크가 아니라 프라푸치노라고 부르는 이유는, 스타벅스에서 그렇게 이름을 붙였기 때문이다. 만약 다른 매장에서 이와 똑 같은 음료를 판매한다면, 그건 프라푸치노가 아니라 커피맛 밀크셰이크 정도가 될 것이다. 프라푸치노와 밀크셰이크의 차이점 역시 지극히 사소한 것에 불과하다.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카테고리를 구분하는 기준이 지극히 사소하고 자의적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기준은 우리의 소비 패턴에 큰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사무실에 밀크셰이크를 들고 들어오면 좀 창피한 느낌이 들 수 있다. 하지만 프라푸치노는 아무런 거리낌 없이 들고 들어온다. 또한 아침에 아이들에게 시리얼을 내놓는 것은 전혀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그냥 과자를 먹으라고 하면, 애들은 엄마를 의아한 눈빛으로 쳐다볼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카테고리를 구분하는 기준은 피상적이고 자의적인 것을 넘어서서, 때로는 완전히 불합리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기업의 마케터들은 이러한 소비자들의 기준을 그냥 우습게 넘겨서는 안 된다. 그것은 바로 이와 같은 분류기준이 소비 패턴에 실질적인 영향을 강력하게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p.165)

… 애플의 우상파괴를 주제로 한 수많은 기사들 중에 하나를 꼽으라면, 2008년 “와이어드Wired”지에 실린 “애플은 어떻게 잘못된 것을 가지고 올바른 것을 만들었을까?How Apple Got Everything Right by Doing Everything Wrong”라는 제목의 기사를 들 수 있겠다. 나는 이 기사가 애플 전략의 핵심을 찌르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기사와 관련하여 이후에 추가적으로 따라나온 기사에는, 애플이 거부했던 실리콘밸리의 5가지 원칙들이 나와 있다. 그중에서 두 가지 원칙을 살펴보자.

[실리콘밸리의 원칙] 커뮤니케이션. 여러분의 기업이 지금 추진하고 있는 비즈니스를 소비자들에게 널리 알려서 연대감을 형성하도록 하라. 새로운 차별화의 전략, 혹은 이에 따르는 문제점이 있다면, 이를 몽땅 블로그에 올려라! 그러면 소비자들은 여러분의 브랜드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만큼 브랜드 충성도는 올라갈 것이다. 또한 소비자들로부터 소중한 의견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애플의 원칙] 언론에 절대 공개하지 말 것. 블로그를 폐쇄할 것. 불만을 공개적으로 표현한 소비자들을 고소하겠다고 협박할 것. 회사의 공식적인 발표 전까지, 신제품에 대한 그 어떠한 정보도 흘리지 말 것. 브랜드 홍보 및 신제품 출시와 관련하여 반드시 이 원칙을 지킬 것.

[실리콘밸리의 원칙] 고객들을 사랑하라. 소비자들에게 관심을 갖고, 브랜드에 대해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라.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아마존과 같은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불만을 표출하는 소비자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이러한 경우, 적극적인 대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애플의 법칙] 중요한 것은 소비자들의 만족이 아니라, 우리 기업 자신의 만족이다. 플로피 드라이브가 없는 아이맥을 출시하라. CD 드라이브가 없는 맥북에어를 출시하라. 아이폰을 출시한 지 두 달 만에 가격을 200달러 인하하라. 기존의 구매자들이 불만을 표시할 경우, 100달러짜리 상품권을 지급하면 된다. (p.305~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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