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톡홀름, 오후 두 시의 기억 - 북유럽에서 만난 유쾌한 몽상가들
(박수영 지음 | 중앙북스)
한국에서 철학을 공부했고, '매혹" "도취" 등 장편소설을 펴 낸 바 있는 박수영의 스웨덴 여행 에세이. 정확히 말하면 '여행'이 아니라 '유학'인데,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스웨덴 웁살라대학교에서 현대 유럽 역사를 공부하며 쓴 일상의 기록이다. 유학생이라고 하여 20대, 많아야 30대로 생각했는데, 글을 읽다보니 보통의 여행기와는 뭔가 다른, 진지하고 예민하면서도 사려 깊은 연륜(!)이 느껴졌고, 알고 보니 386세대다. '중세 정신이 살아 있는 북유럽의 도시'이자 '18세기까지 스웨덴의 옛 수도이며 학문과 종교의 중심지'라는 웁살라. 그 곳에서 만난 사람들은 각각 보스니아헤르체코비아, 터키, 미국 등에서 온 유학생이다. 전쟁 때문에 모국을 떠나 떠돌아다녀야 하는 데스피나, 터키 출신 이민 2세대로 단일한 정체성을 갖지 못해 안타까워하는 디나, 끝까지 절대 좋아할 수 없었던 동양인 호앙, 스웨드(Swede)인 오스카와 야콥, 히잡을 쓰고 다니는 무슬림 셀다가 그들인데, 함께 공부하며 지낸 사람들에 대한 섬세한 기록이 마치 소설처럼 읽힌다. 책 속의 스웨덴은 남녀의 지위가 평등하며, 편견과 차별이 없는, 사민주의 정체성이 강한 나라, 엄청난 세금으로 인해 의사나 판사같은 고소득자와 청소부나 가게 점원같은 최하 소득자의 급여 차이가 세 배밖에 나지 않는 나라, 그래서 '특권 계층이나 빈민 계층'이 없고, '자기가 잘사느니 뭐 하는 사람이니 하고 뽐내지도 않'고, '그런 걸 그다지 궁금해하지도 않'(p.339)는 나라다. 그런 나라가 있긴 하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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