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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소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by mariannne 2009. 8. 23.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박민규 지음 | 예담)

이 작품은 인터넷 서점 YES24에 연재 후 출간된 '인터넷 소설'이다. 박민규 소설이라면 무조건 읽기 때문에, 몇 번이나 차분하게 읽어보려고 시도했지만 모니터에서는 왠지 읽히지 않아 책이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종이책을 손에 들고 읽다보니, 그게 단지 '모니터'로 봤기 때문만은 아니었다는 걸 알았다. 바로 '작가 박민규'에게 기대하는 '유우머'가 없기 때문이었다. '박민규 치고는' 너무 진지하고, 템포가 느린, 그런 소설이다. 

표지는 벨라스케스의 '시녀들Les Ménines'이고, 소설 제목은 작곡가 모리스 라벨의 작품("Pavane pour une Infante defunte")과 같다. 얘기할 거리가 많은 소설이고, 거기에는 주인공이 '믿기지 않을 만큼 못생긴 여자'라는 사실까지 가세를 한다. 소설을 다 읽을 때 즈음에는 감동에, 다 읽은 후 여운까지 있는, '전혀 웃기지 않은' 소설이다. 그의 다음 작품, 역시 기대가 된다.


책 속 구절 :
모처럼의 휴일은
갑자기 우리가 젊다는 사실과, 이 세상이 지하주차장처럼 칙칙한 곳이 아니란 사실을 동시에 느끼게 해주었다. 그렇군, 면도를 하면서 나는 중얼거렸다. 실은 젊었던 얼굴이, 마치 발굴된 화석처럼 거울 속에서 빛나고 있었다. 요한은 말했었다. 세계라는 건 말이야, 결국 개인의 경험치야. 평생을 지하에서 근무한 인간에겐 지하가 곧 세계의 전부가 되는 거지. 그러니까 산다는 게 이런 거라는 둥, 다들 이렇게 살잖아... 그 따위 소릴 해선 안 되는 거라구. 너의 세계는 고작 너라는 인간의 경험일 뿐이다. 아무도 너처럼 살지 않고, 누구도 똑같이 살 순 없어. 그딴 소릴 지껄이는 순간부터 인생은 맛이 가는 거라구. 이하동문이라고
나는 생각했었다. (p.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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