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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비소설

바다에서는 베르사체를 입고 도시에서는 아르마니를 입는다

by mariannne 2009. 6. 7.


바다에서는 베르사체를 입고 도시에서는 아르마니를 입는다 - 패션 컨설턴트가 30년 동안 들여다본 이탈리아의 속살
장명숙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웅진닷컴)


지금이야 '이태리' 하면 패션의 본고장 밀라노, 최고의 여행지로 꼽히는 로마를 비롯하여 피렌체, 베네치아, 나폴리, 시칠리아 섬, 제노바, 피사 등 알려진 곳이 여럿이고, 열광하는 사람도 그만큼 많지만, 30년 전에는 좀 달랐을 것이다. 일치감치 이탈리아로 유학을 떠나 이제 '이탈리아 통'이 되어 버린 패션 컨설턴트 장명숙의 이탈리아 이야기는, 그래서 좀 남다르다. 잠시 잠깐의 환호가 아닌, 수십 년 간의 '애정'이 담긴 글. 쓸 얘기가 많아서 이탈리아의 패션, 음식, 여행지, 사람들의 성향 뿐 아니라 저자 자신의 일, 삶에 대한 것 까지 광범위하게 다루다 보니 모두 조금씩 밖에 쓰지 못했지만.

책 속 구절 :
이런 까닭에 사람들은 우리나라의 치열한 입시 경쟁을 죽어도 이해하지 못한다. 우리 작은아들이 입시생일 때 우리 집에 묵었던 이탈리아 친구가 있다. 그 친구는 우리 아들이 새벽 5시에 일어나 학교에 갔다가 자정이 다 되어서 돌아와 다시 숙제하는 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보더니 이런 말을 했다.
"너희 나라의 유전자와 우리 유전자는 아무래도 다른가 보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을 이렇게 키운다면 모두 정신병자가 될 거야. 이게 너희가 생각하는 부모의 사랑이라면 분명히 잘못된 거다. 네가 저 애처럼 살아봐. 부모가 어쩌면 그렇게 잔인하니? 부모는 일찍 자면서 자식은 일찍 못 자게 하는 게 말이 돼? 한창 자라나는 아이들이 다양한 경험을 해야 창의성도 생기고 자립심도 형성되지. 모두 다 미쳤구나. 이렇게 해서 모두 대학을 나오면 사회가 어떻게 될 건데?"
대학 교수의 월급과 학교 교수의 월급이 크게 다르지 않은 사회, 공부를 계속 하고 싶으면 대학에 가고 아니면 각자 적성에 따라 일찍 진로를 결정하는 사회에서 온 이방인의 눈에는 도저히 이해가 되질 않았을 것이다. 나는 나름대로 변명을 하려고 "그래도 조기 유학이나 기러기 아빠보다는 낫지 않느냐"라며 설명을 했더니 친구는 나를 잡아먹기라도 할 듯이 따지고 들었다. 더욱이 '기러기 아빠'에 대해선 기가 차서 말을 잇지 못했다.
"영어만 잘해서 뭐 할 건데? 따뜻한 가정의 맛을 모르고 자란 아이들이, 부모 역할을 못 보고 자란 아이들이 과연 제대로 된 사회인으로 살아갈까? 심리학자들이 18살까지는 부모와 함께 살아야 한다고 말하는 이유가 뭔데...... 죄다 미쳤군, 미쳤어." (p164~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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