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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비소설

취향 - 미술, 패션, 인테리어 취향에 대한 내밀한 탐구

by mariannne 2008. 12. 28.

취향 - 미술, 패션, 인테리어 취향에 대한 내밀한 탐구 
(박상미 지음 | 마음산책)


구상 화가인 조앤 브라운의 연작 "메리 줄리아 #14"(1976년 작) 그림 속 모델 포즈가 인상적인, 화려한 표지의 "취향". "
뉴요커 - 한 젊은 예술가의 뉴욕 이야기"의 저자 박상미의 신작으로, ‘미술, 패션, 인테리어 취향에 대한 내밀한 탐구’라는 부제처럼, 작가의 취향과 그녀가 만난 사람들의 취향이 잘 드러나 있는 책이다. “‘취향’이 뭐라고 생각해?”라는
의례적인 질문과 그에 이어지는 대화도 흥미롭지만, 더 재미있는 건, 지어진 지 100년이 넘은 집에서 10년 넘게 살아온 부부의 이탈리안 스타일의 실내 인테리어, 물건을 고를 때는 "잘 만들어지고, 의도가 느껴지고, 오래갈 수 있는 걸 좋아해"라고 말하는 마크 바이 마크 제이콥스 액세서리 분과 디자인 디렉터의 취향, 패션에 별 관심이 없다면서 "청바지는 언제나 '스트레이트 레그'이고, 티셔츠의 색깔은 블루에서 블루 그레이, 그리고 라벤더에 이르는, 거의 에드윈 디킨슨의 팔레트palette"(p.122)를 보여주는 칠순이 가까운 시인 등 그녀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다.

저자가 가끔 놀러가는 윌리엄스버그는 피크닉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시간이 허락하고 하지 않고를 떠나 몸을 뒤로 젖히고 순간을 즐길 줄 아는 여유’를 가진 사람들이고, 그 동네는 자전거와 작은 커피숍, 힙스터들이 눈에 띄는 곳이다. 동네의 술집과 작은 상점에서 느껴지는 윌리엄스버그 사람들의 취향은 어떤가. 저자가 방문한 동네, 갤러리, 이웃집, 그녀가 만난 지인, 아티스트의 취향 뿐 아니라 그것들을 통해 우리는 그녀의 취향 또한 엿볼 수 있다. 물론 책 날개에서 뉴욕 시립대, 뉴욕 스튜디오 스쿨, 이탈리아 움브리아 아트 스쿨에서 미술을 공부했고, “뉴요커”라는 책을 출간한 이력을 먼저 읽을 수 있지만.

책 속 구절 :
숨길 수가 없다는 건 취향의 나쁜 점이자 좋은 점이다. 언제든지 돈으로 '좋은 취향'을 살 수 있는 사람이라 해도 그 취향이 근거가 없다면 어디서든 드러나게 된다. '고급 취향'을 통해 자신의 경제 능력이나 지위, 뛰어난 감각을 뽐내려 노력할 대조차 그 상대에 따라 하릴없이 자신의 몰취향을 드러낼 수도 있으니 얼마나 낭패인가. 한편, 좋은 물건을 자주 살 수는 없어도 맥락을 갖고 키워온 감성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 취향은 어디선가 반드시 우러나온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취향은 민주적이다. (p.106)

- 취향taste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또 취향은 얼마나 중요한가요?
- 한때 '난 취향이 없다.'고 말하는 것이 유행인 적이 있었어요. 그 말에는 자아가 만들어내는 사소한 위계들을 넘어 세상에서 마주치는 의미들을 차별 없이, 진정하게 받아들이자는 의도가 담겨 있었죠. 하지만 내 생각엔 그 반대가 맞다고 생각해요. 사물을 깊이 있게 차별해서 지각하고 보는 경험은 일생 동안 축적이 되고 결국 독특한 어떤 것을 만들어내게 되지요. 그게 취향이에요. 그리고 취향이란 그 사람의 감성의 풍향계라 할 수 있어요. 한 사람의 미적 방향성을 나타내주는 지표 같은 거라는 얘기죠. (안티 패션주의자와의 대화, p.132~133)

내가 티네에게 물었다. 취향이 뭐라 생각하느냐고. 뭐든 조심스러워하는 티네인데 오래 걸리지 않고 이렇게 말했다.
"생각의 흐름을 막지 않고, 영감을 주고, 내가 하는 일을 도와주는 환경이지."
취향 그 자체라기보다 '좋은 취향'에 대한 생각이었다. 어떻게, 뭘 더 물을까 생각하고 있는데 브루스가 옆에서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기어든다.
"취향은 남보다 나은 것better이 아니라 좋은 것good을 의미하지. 이롭고 도움을 주는 것. 물론 좋은 취향은 언제나 나쁜 취향보다 나은 것이지만. 하하." (p.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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