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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소설

아돌프

by mariannne 2002. 6. 16.

아돌프
(뱅자맹 콩스탕 저 | 열림원)

이 소설을 처음 읽은 건 8년 전, 대학 도서관에서였다. 하드커버에 누렇게 바랜 종이, 글이 세로로 정열된 “아돌프”는 1960년대인가, 70년대에 발행된 것이었고, 절판되어 더 이상 새 책을 구할 수 없었다. 이 소설이 너무 맘에 들어, 복사 후 제본을 해 집에 모셔두었지만, 그 동안 누군가에게 빌려주고 받지 못해 더 이상 갖고 있지 않다. 정식으로 출판된 책을 갖고 싶어 여기저기 수소문해 보았지만, 찾을 수가 없어 애만 태운 기억이 난다.

그리고 오랜 세월이 지났다. 신문에서 이 책이 새로 나온다는 기사를 읽고, 너무 좋아서 소리를 지를 뻔했다. 이 소설이 좋았던 것도 있지만, 구하기가 어려워 기다려 온 날들 때문에 두 배로 기뻤다.

18세기 후반 스위스 로잔에서 태어난 뱅자맹 콩스탕의 자전적 소설인 “아돌프”는 ‘사랑’에 빠진 한 남자의 심리를 너무나 솔직하고 세밀하게 묘사한 ‘심리 소설’이다. 매사에 냉소적인 한 사내가 권태로움에 지쳐 있다. 그러다가 주위에서 사랑에 빠진 한 사람의 환희와 열광에 호기심을 갖고, 자신도 ‘사랑’이라는 걸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상대를 발견했다. 처음에는 장난 반 호기심 반으로 접근했다가 정말 사랑에 빠져버리게 되는데… 그녀는 친척 어른의 두 번째 부인. 세상이 이해해줄 리 없는 부적절한 관계를 갖게 되는 두 사람은, 갈등과 번민, 그리고 폭풍과 같은 열정 속에서 울고 웃게 된다.

사랑에 빠졌다고 해서 마냥 행복하거나, 또한 상대의 마음을 100% 이해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특히 주위에서 인정하지 않는 사랑을 할 경우, 두 사람이 아무리 단단한 신뢰의 끈으로 묶여 있다 할지라도 시간이 가면서 의심과 후회의 파도가 밀려오기 마련이다. 그러면서 좌절하고, 그러면서 점점 금이 갈 수도 있는 법.

이 소설은 ‘고전’이지만, 많은 고전이 그렇듯 생각보다 무척 재밌고, 특히 전개가 빨라 쉽게 읽힌다. 존재만으로 마음을 꽉 차게 해 주는 책이라 많은 사람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책 속 구절 :
사랑의 매력이여, 어느 누가 그대를 그려낼 수 있으랴! 자연이 우리를 위해 점지해준 짝을 찾아냈다는 확신, 삶에 생기를 불어넣어줄 뿐만 아니라 삶의 신비를 밝혀주는 광명, 아주 하찮은 것이라 할지라도 무시하거나 저버리지 않고 가치를 부여하는 어떤 미지의 손길, 감미롭기 때문에 오히려 세세한 것들은 모두 추억 속에서 사라지게 만들고 그러면서 우리의 영혼 속에 행복의 기다란 흔적만을 남기는 저 유수 같은 시간, 때로는 지극히 평범한 감동에 까닭도 없이 섞여드는 미칠 듯한 즐거움, 눈앞에 있으면 기쁨이고 눈앞에 없으면 희망인 그 무엇, 온갖 세속적인 걱정으로부터의 해방감,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온갖 것들에 대한 우월감, 이 세상 어느 누구도 우리가 지금 놓여 있는 경지에 이를 수 없으리라는 자부심, 단 하나의 생각조차 미리 헤아려주고 단 하나의 감정조차 서로 주고받는 상호 이해. 사랑의 매력이여, 설령 그대를 겪어 본 사람이라 한들 어느 누가 감히 그대를 그려낼 수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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