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리뷰]소설

상속

by mariannne 2002. 7. 1.


상속
(은희경 저 | 문학과지성사)

"새의 선물" 이후 그녀의 장편들은 좀 실망스럽지만 반대로 단편은 언제나 만족스럽다. 몇 년 전 그녀의 소설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 적에 사람들은 요즘 소설이 너무 가벼워졌느니 어쩌니 하며 여성 소설가들을 싸잡아 혹독한 비난을 날렸으나, 그러면 어떠랴... 은희경의 소설은 항상 즐거웠다. 소설을 읽어 즐겁다는 것, 언제나 옆에 두고 친구처럼 읽을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큰 축복인가.

조금은 냉소적인 느낌의 주인공들이 자주 등장하던 그녀의 소설이 조금 달라졌다. 30대 직장 여성이나 뭔가 부족한 부부의 생활이 중심이던 소재가 이번에는 가족, 유년으로 많이 옮겨졌다. 아버지의 죽음과 풀리지 않을 것 같은 의혹 때문에 내용 속으로 쏙 빠져들게 한 "상속"은 싱겁게 끝나버리긴 했지만 이번 소설집에서 가장 좋았다. 많은 사람들이 이미 읽은 "아내의 상자" 역시 다시 봐도 차분하여 좋다. "태양의 서커스"는 짧은 소설의 재미를 한껏 느끼게 해주었고, "누가 꽃피는 봄날 리기다소나무 숲에 덫을 놓았을까""딸기 도둑"은 작가의 초기작 "새의 선물"을 읽는 즐거움을 준다.

‘은희경’이라는 이름만으로 이번 소설집을 집어 들었다면, 후회는 없겠다. 기대한 만큼의 즐거움과 소설을 읽는 재미를 쏙 뽑아 먹을 수 있을 것.

'[리뷰]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가 가장 예뻤을 때  (0) 2002.08.04
진술  (2) 2002.07.28
아돌프  (0) 2002.06.16
장미 도둑  (0) 2002.05.14
오후 네 시  (0) 2002.04.13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