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리뷰]소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by mariannne 2002. 8. 4.


내가 가장 예뻤을 때
(신이현 저 | 작가정신)

신이현의 첫 번째 소설 ‘숨어있기 좋은 방’은 무척 신선했다. 쉽고 빠르게 읽히면서도 우울한 느낌에 취해 책장을 넘기는 손동작이 느려지기도 했다. 국내 소설은 정해진 몇몇 작가의 것만 읽는 편인데, 그녀의 책이 우연히 내 눈에 들어왔고, 다행히도 재미있게 읽었다. 두 번째 소설인 ‘갈매기 호텔’은 약간 실망이었다. 그리고 세 번째로 본 ‘내가 가장…’도 ‘숨어있기 좋은 방’만큼의 즐거움을 주진 못했다. 소재가 ‘방황하는 청소년’이라 그런지, ‘덜 자란’ 느낌의 주인공들에, 주제 의식 또한 서문에서 밝힌, 의도한 바 만큼의 진지함을 전달하지 못한 듯 하다. 아래의 리뷰에서 누군가가 얘기한 것처럼 시 한 편이 차라리 소설보다 더 진한 느낌을 준다.

작가정신 소설향은 현재 열 여섯 권이 나왔고, 그 중 반 정도는 읽었는데, 출판사의 이름을 믿고 기대했던 만큼의 만족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 이 시리즈는 분량이 애매해, 출판을 위하여 딱 정해진 원고매수와 이만큼의 무게를 지니도록 강요하고 있는 듯 하다. 늘 생각하는 것인데, 넘쳐나는 것을 글로 쏟아내는 것과, ‘자, 이제 글을 써야지…’라고 생각하여 쓰기 시작하는 것은 참으로 큰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책 속 구절 :
나는 대단한 비극의 여주인공처럼 걸어갔다. 리어카에서 싸구려 선글라스를 하나 샀다 그것을 끼자 훨씬 기분이 좋아졌다. 세상은 조용하고 걱정 없어 보였다. 버스는 더러운 것을 내뿜지 않았고 택시는 우아하게 달려갔다. 백화점 빌딩은 커다란 스폰지 빵처럼 보였다. 나는 취한 듯 빌딩과 좁은 하늘을 보며 걸었다. 그때 무엇인가 빠르게 내 옆을 스쳐갔다.바퀴 달린 물건을 발바닥에 깔고 미끄러져가는 보더였다. 그는 사람들을 부드럽게 헤치고 인도의 둔덕도 가볍게 뛰어넘었다. 인간의 몸이 그토록 자유롭게 굴러가는 것이 신기했다. 그는 갑자기 사라졌다.

'[리뷰]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0) 2002.09.01
장밋빛 인생  (0) 2002.08.27
진술  (2) 2002.07.28
상속  (0) 2002.07.01
아돌프  (0) 2002.06.16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