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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소설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by mariannne 2002. 9. 1.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성석제 저 | 창비)

한 권의 책을 읽는 것은 하나의 세상을 읽는 것이다… 라고 한다면, 성석제의 소설만큼 그에 잘 어울리는 작품도 드물겠다. 하나의 단편 속에서 한 인물의 삶을 그렇게 즐겁게, 기가 막히도록 멋들어지게 그려낸다는 사실은, 정말 놀랍다. 일단은, 그의 작품 속으로 빠져들어 몇 시간을 시계 한 번 보지 않게 되었다는 사실이 그렇고, 한 작품을 다 읽고 났을 때, 한 인물에 대해 그토록 친근감을 느끼게 된다는 사실이 그렇다. 글재주 뛰어난 한 작가의 작품을 읽는다는 것은 역시 즐겁기 짝이 없다. 혹자는 그의 작품이 너무 재미를 추구해 의도적 말잔치가 심하다는 얘기도 하지만, 그러면 어떠랴. 그 흔한 후일담이라든지, 불륜, 2, 30대 여성의 소소한 일상을 그린 이야기보다 훨씬 감동적인 게 사실이니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표제작 ‘황만근은 이러게 말했다’‘천하제일 남가이’가 가장 재밌었다. 정말 있을 법하지 않은 남가이의 일생은, 화자가 우연히 술집에서 만나 들은 이야기라는 결말을 통해서, 진짜 그런 얘기를 할 법한 허접한 ‘남가이’를 상상하게 해 준다.

특별히 실망스러운 작품이 없는 것도 마음에 든다. 혹시 대단히 난해하거나 심오한, 혹은 진지한 소설을 찾는 분이라면 피해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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