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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소설

나는 그녀를 사랑했네

by mariannne 2002. 12. 29.

나는 그녀를 사랑했네
(안나 가발다 저 | 문학세계사)

말이 없고 무뚝뚝한 마흔 둘의 한 남자가 있다.
한 회사의 사장이며 한 집안의 가장인 이 남자, 어느 날 출장지에서 만난 젊은 여자를 보며 사랑에 빠진다. 자신에겐 평생 그런 일이 없을 줄 알았겠지… 불혹을 넘긴 나이에 만난, 자신보다 열 살은 젊은 여자가, 인생에서 절대 놓칠 수 없는 사람이라 생각하여 심각한 갈등에 빠지고, 급기야는 이혼을 생각한다. 하지만, 자신의 여비서가 바람난 남편 때문에 시름시름 앓는 것을 보며, 보지도 못한 여비서의 남편을 욕하다가 그게 자신의 또 다른 모습임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어린 두 딸의 어머니인 한 여자가 있다. 남편이 젊고 아름다운 여자와 사랑에 빠져 자신을 떠나버렸기 때문에 고통 받고 있다. 그녀의 시아버지는 젊었을 때 만난 ‘진짜 사랑이라 믿었던 여자’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자신은 평생 가정을 지키긴 했지만 어떤 선택이 과연 ‘행복’으로 가는 길인지를 묻는다. 어느 순간에는 그토록 먹고 싶은 바게트 꽁다리지만, 바로 그 바게트지만… 맛이 똑같다고 해도 시간이 지나면 ‘고맙지만 사양’할 수 있는 게 그가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아닐까. 그는 자신의 선택이 올바르다고 믿고 있으며 ‘좀더 행복한 아빠’가 되었음을 얘기하고 싶은 게 아닐까.

인생은 단 한 번 뿐이고, 자신이 내린 결정을 후회해도 다시 또 다른 삶으로 번복하여 살아갈 수 없다. 사람은 모두 생각하는 바가 다르고, 따라서 인생에는 정답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마음에 없는 결혼생활을 하며 평생을 참고 살아가느니 진정 자신이 원하는 삶을 찾아 살아가는 게 맞는 일일지도 모른다. 어느 부분에 삶의 중요한 무게가 실려 있느냐에 따라 다르겠지… 하지만 사랑은 시간이 지나면 그 맛과 향기가 어딘지 모르게 달라지는 에스프레소 같을지 모르겠다. 좋은 번역으로 유명한 이세욱씨가 옮긴 책이라 읽는 내내 기분이 좋았다. 불문학의 경우 어색한 번역으로 작가가 잘못된 건지, 읽는 내가 잘못된 건지 아리송할 때가 많았지만, 이 책은 마음을 푹 놓고 읽었다. ‘새우와 크로와상과 쫀득쫀득한 쌀밥 먹기… 심심하다고 투정부리기, 변덕부리기, 뾰로통한 얼굴을 하고 있다가 깔깔거리며 웃기… 시시풍덩한 옛날영화 다시 보기, 공연히 당신 이름 불러 보기…’ 마틸드가 피에르와 하고 싶은 것들을 나열한 대목이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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