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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소설

하드보일드 하드 럭

by mariannne 2003. 5. 11.

하드보일드 하드 럭
(요시모토 바나나 저 | 민음사)

요시모토 바나나의 작품은 한 번 씩 다 읽었다. 키친, 하치의 마지막 연인, 도마뱀, 암리타, 허니문... 그녀의 작품을 읽고 나면 묘한 느낌이 참 오래도록 남는데, 이상하게도 책의 내용 따위는 빠른 시일 내에 깡그리 잊고 만다. 하드보일드 하드럭 역시 읽은 후 며칠이 지나도록 겨울로 접어드는 어느날 오후의 따뜻한 커피, 길거리에서 흐느낌, 나무로 뒤덮힌 작은 길에서 맞는 밤... 따위가 자꾸 생각이 났지만, 두 개의 이야기가 뒤엉켜 줄거리는 통 정리가 안된다. 그녀의 글은 왠지 군더더기를 쪼옥 빼 감정을 잔뜩 누른 듯 싶으면서도 조금 다른 방법으로 사실상 보통사람이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깊은 슬픔을 표출한다. 마치 다른 이들의 감정과는 차원이 다른다는 듯. 가까운 사람의 죽음이라는 건, 사실 누구나에게 큰 충격이고, 힘든 경험이다. 작가는 살아남은 사람의 감정과 행동을 참 잘 표현했다. 경험에서 나온 것일까...

책 속 구절 :
사람들은, 자기가 상대방에게 싫증이 났기 때문에, 혹은 자기 의지로, 또 혹은 상대방의 의지로 헤어졌다고 착각한다. 그러나 사실은 다르다. 계절이 바뀌듯, 만남의 시기가 끝나는 것이다. 그저 그뿐이다. 그것은 인간의 의지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러니까 뒤집어 말하면 마지막이 오는 그날까지 재미있게 지내는 것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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