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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비소설

숨겨놓은 맛집 : 아무에게도 알려주고 싶지 않은

by mariannne 2005. 4. 19.

숨겨놓은 맛집 :
아무에게도 알려주고 싶지 않은
(유지연,강영미,백윤정 글 | 새론북스)

먹는 게 남는 인생이다. 이전에는 맛집 찾아 주말마다 팔도강산을 누비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었으나 이제는 좀 이해가 간다. 이왕이면 한 끼를 먹더라도 좀 더 맛있는 집에서 먹으면 좋지 않을까. 스포츠나 독서나 음악감상처럼 ‘맛’을 즐기는 것도 멋진 취미가 아닐까. 친구를 만날 때는 그 지역의 맛집을 찾아 블로그를 검색하는 게 당연한 일이 됐다. 굳이 그 집을 찾아가기 위해 약속 지역을 바꾸기도 하고. 이 책은 그런 생각에 동조하는 사람들을 위해 나왔는데, 겉 포장에 비해서는 실망스러운 부분이 없지 않다. “결정! 맛대맛”의 인기에 힘입어 그 프로그램 작가 출신 3명이서 “진짜 진짜 맛있는 집”을 소개해준단다. 맛집 프로그램 작가들이니 오죽이나 맛집을 잘 알까. 그래서 알짜만 모아놨을 것이다. 하지만 책에서는 별 맛이 느껴지지 않는다. 40여 개의 맛집 뿐이라 아쉽기도 하고. 책을 읽다보면, “아, 그래, 정말 맛있단 말이지? 가봐야지!”라는 생각이 들지만(실제로 대여섯 개 음식점의 이름을 수첩에 적었다, 꼭 가리다), 맛집의 전화번호를 옮겨 적고 나면 그 뿐이다. 책의 임무는 거기서 끝이다. 맛집 책이란 이 정도가 최선일까.

책 속 구절:
천하일미! 최고의 수제순대와 순댓국을 만나다!

의정부에서 동두천 방향으로 차를 몰고 가다 얻은 최고의 쾌거! 경기도 양주경찰서 부근에서 '평안도 남새순대국'을 건지다.
순대를 좋아하기론 웬만한 여자 중엔 서열 10위 안에 들 정도인 나는 이상하게도 국을 싫어하는 식성의 소유자였다. 순대는 순대로 먹어야지 도대체 왜 말아먹을까? 그런데 나는 이곳에서 순대를 왜 말아먹는지 그 이유를 알아버렸다.
기계화된 순대가 난무하는 요즘, 매일매일 순대가 떨어질까 전전긍긍하며, 깔끔한 위생복을 입고 순대를 직접 만드는 사장님이 있는 곳. 사장님은 대한민국 신토불이 토종순대와 찹쌀순대는 물론, 해물순대, 해초순대, 김치순대 등 아이디어가 톡톡 튀는 순대를 직접 개발한 분이다.
마침 내가 찾아간 날은 해초순대를 만드는 날이었다. (중략)
담백한 새우와 오징어살, 바다 내음 곱게 머금은 해초들이 마치 엄마가 만들어주신 동그랑땡 속처럼 순대가 되어 내 입에서 오물거린다. 비리거나 냄새가 나겠거니 했던 선입견은 사라지고, 기분이 둥실둥실 뜨기 시작한다.
이어서 맛본 김치순대와 해물순대 역시 그 깔끔한 변신에 찬사를 보낼 뿐이다.
이건 순대 그 이상! 순대의 변신은 완전 무죄다.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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