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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비소설

황홀한 맛기행

by mariannne 2005. 3. 10.


황홀한 맛기행
(김재준 저 | 랜덤하우스중앙)


아… 맛있는 세상


맛집이나 요리에 관한 책은 웬만하면 다 재미있고, 대부분 기분 좋게 읽힌다. “최화정의 맛있는 책”이나 “이현우의 싱글을 위한 이지쿠킹”같은 산뜻한 요리책도 좋고, 무라카미 류의 미식 에세이 “달콤한 악마가 내 안으로 들어왔다”나 비릿한 위스키내음이 물씬 풍기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위스키 성지여행”도 좋다. “황홀한 맛기행”도 그 소재가 “맛”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재미를 보장한다. 저자의 그 까다로운 취향이나 편협이 거슬리긴 하지만, 젊은 경제학 교수이고 아나운서의 남편이라는 배경이 있어 더 흥미롭기도 하고, 그런 사람이라 그러려니... 생각도 든다. 채식주의자는 존경하고, 이해하지만 ‘특정 야채나 허브를 안 먹는 사람은 왠지 미각적으로 세련되지 않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버릇이 있다’(p.63)는 저자는 태국 식당에 가서 ‘고수’(소스의 종류)를 넣지 말라고 주문하는 일행에게 “그럼 무엇 하러 태국 요리 먹으로 왔어요? 불고기나 먹지”라고 하여 서먹해졌다는 일화를 소개한다. 그렇게 말하는 저자가 왠지 세련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드는 대목이다. 부분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문장이 있어-가령 수프를 먹을 때 스푼을 뒤쪽에서 앞쪽으로 움직이지 않아도 그러려니 할 수 있지만(p.60, 뒤쪽이 어디고 앞쪽이 어디?), 일본만화의 약점 가운데 하나가 시리즈가 너무 길다는 것인데 이 책은 겨우 4권으로 끝나 무척 아쉬웠다.(p.144, 시리즈가 너무 긴 게 싫다는 건지, 좋다는 건지?- 거슬렸지만, 그건 저자가 전문적으로 글 쓰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라 그럴 만하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랜덤하우스 중앙이라는 출판사가 기대와는 달리 관대하게 책을 출판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파스타, 채식요리, 죽, 양고기 스테이크, 케밥, 북경요리, 프렌치 레스토랑, 일본 음식 만화, 아이스크림 전문점 등 온갖 요리를 소재로 맛집과 미각 에세이를 선보인다. 읽는 것만으로 즐겁긴 하지만, 그럴듯한 사진이 없는 게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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