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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여행책

끌림 : 1994-2005 TRAVEL NOTES

by mariannne 2006. 8. 13.

끌림: TRAVEL NOTES
이병률 저 | 달

오래전부터 읽고 싶었는데, 이제야 읽었다. 시인이자 방송작가인 이병률의 10년 여행의 기록. '지난 10여 년간 여행을 위해 비행기를 탄 횟수는 대략 170여 차례, 다닌 나라만 해도 50개국, 2백여 도시'라는 그의 역마살은 "그토록 갖고자 했던 카메라와 타자기, 바로 그들이 시킨 운명의 행로를 따라 '길' 위에서 쓰고 찍은 사람과 인연과 사랑, 그 추억의 수줍은 기록"으로 남았다. 성선설을 믿지 않을 수 없게끔 만드는 그의 바른 생각, 착한 글은 다카하시 아유무의 "Love & Free"와 많이 닮아 있고, 그보다 더 애절하다. '사랑'에 대한 끊임없이 얘기하기 때문인가. "사랑해라 시간이 없다. 사랑을 자꾸 벽에다 걸어두지만 말고 만지고, 입고 그리고 얼굴에 문대라. 사랑은 기다려주지 않으며, 내릴 곳을 몰라 종점까지 가게 된다 할지라도 아무 보상이 없으며 오히려 핑계를 준비하는 당신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다. 사랑해라. 정각에 도착한 그 사랑에 늦으면 안 된다"(#018 사랑해라)라며 서두르는 그의 과거 어딘가에는 놓쳐버린 인연에 대한 아쉬움이 배어 있는 것 같다.

두고 두고 읽으면 좋을 것 같은 책이다. 

책 속 구절 :
다음날, 아침. 눈을 떴을 때의 그 찬란함을 나는 잊지 못한다. 아픈 뒤에 일어난 몸은 금방이라도 날 것 처럼 등등해 있었고, 눈은 가장 멀리를 볼 수 있을 정도로 씻겨져 있었으며 심장은 모든 풍경 위로 미끄러져 들어갈 것처럼 이완되어 있었다. 장염을 겪은 자격 때문인지, 아니면 밤새 꿈속에서 들었던 '티베트에 들어오는 모든 이는 아파야 한다'는 말 때문인지 훌쩍 고산병을 뛰어넘은 아침이 사방을 밝히고 있었다. 눈물을 쏟아야 할 것만 같은 아침. (#063 당신이 머물고 싶은 만큼)

동전을 듬뿍 넣었는데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대 해도 당신 사랑이다.
너무 아끼는 책을 보며 넘기다가,
그만 책장이 찢어져 난감한 상황이 찾아와도 그건 당신의 사랑이다.
누군가 발로 찬 축구공에 맑은 하늘이 쨍 하고 깨져버린다 해도,
새로 산 옷에서 상표를 떼어내다가 옷 한 귀퉁이가 찢어져버린다 해도
그럴 리 없겠지만 사랑을 인해 다 휩쓸려 잃는다 해도 당신 사랑이다.
내 것이라는데, 내가 가질 수 있는 것이라는데
다 걸지 않을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018 사랑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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