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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여행책

나의 지중해식 인사

by mariannne 2008. 3. 15.


나의 지중해식 인사
(이강훈 지음 | 열린책들)

그리스에서 보낸 한 철

“어느 날 아침 눈을 뜨고 귀를 기울여 들어보니 어디선가 멀리서 북소리가 들려왔다. 아득히 먼 곳에서, 아득히 먼 시간 속에서 그 북소리는 울려왔다. 아주 가냘프게. 그리고 그 소리를 듣고 있는 동안, 나는 왠지 긴 여행을 떠나야만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이것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 무라카미 하루키의 ‘먼 북소리’에 나오는 문장이다. 작가 하루키는 이렇게 비현실적인 북소리를 듣고 여행을 시작한다, 이 책의 저자 이강훈도 북소리를 듣는데, 그가 듣는 북소리는 낙소스에 머물고 있을 때, 실제로 동네 학생들, 어른들이 무언가를 위해 북을 두드리며 연습하는 소리였다. 북소리는 시로스에서도, 사모스에서도 계속된다. '오히데이(영토 통과 거부의 날)'라고 불리는 그리스인들의 기념일 때문이다. 북소리를 들으며 '평화롭기만 할 것 같은 지중해의 풍경이 그날따라 조금은 숙연하게 다가왔다'고 말하는 이강훈의 글은 하루키와 달리 이처럼 굉장히 현실적이고, 감성적이며, 인간적이다.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 이강훈은 1년간 세계 여러 나라를 다녔고, 그 중 지중해의 섬들에서 머문 기록을 남겼다. "죽기 전에 에게 해를 항해하는 행운을 맛볼 수 있는 사람은, 정말 행복한 사람이다."라는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글로 여행기가 시작된다. 청명한 푸른 바다에 푸른 하늘, 눈부신 흰 색의 건물이 조화로운 산토리니의 이국적인 풍경 컷은 이제 흔히 볼 수 있지만, 언제나 가슴을 뛰게 만든다. 이강훈은 이런 낭만적인 섬에서 평범한 사람들, 고양이, 개와 함께 했고, 그 이야기는 정겹고, 따뜻하다. 이런 모습을 그림으로 그릴 수 있는 사람은 정말 좋겠다. 풍경과 사람의 모습에 자신의 감정을 담아 실제보다 더 리얼하게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은 정말 행복하겠다. 저자 역시 그렇게 그리스를 그렸다. 요즘 부쩍 빠르게 쏟아져나오는 수 많은 여행기 중에서 마음에 드는 책을 만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이 책에 대해서도 호오好惡가 나뉘겠지만, 멋진 일러스트와 사진이 있는 에세이로 많은 사람들이 잠시나마 기분이 좋아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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