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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여행책

On the Road - 카오산 로드에서 만난 사람들

by mariannne 2007. 1. 21.


On the Road - 카오산 로드에서 만난 사람들
(박준 저 | 넥서스)

'전 세계 배낭여행자들의 천국’이라 불리는 방콕의 ‘카오산 로드(Khaosan Road)’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과 같은 제목의 다큐멘터리를 좋아하고 열광하길래 도대체 왜 그런지 궁금했다. 이 책 속에 나오는 여행자들의 삶은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부러움보다 그 이상의 어떤 것을 보여주는 것 같다. ‘매일 회사에 가지 않고 살 수도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사는데 꼭 한 가지 방식만 있는 건 아니라는 걸 알게 된 순간, 난 충격을 받았다. 이렇게 사는 게 시드니에서는 특별하지 않다는 것에 또 한 번 놀랐다’(p.296)는 저자는 ‘나는 너무도 어렵게 해외 여행을 왔는데, 어렵게 와보니 놀랄 만큼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하고 있어 당황스러웠다’고 고백한다. 그는 ‘지난 여행을 꿈꾸듯 얘기하고 있는 그들에게서 배어나오는 자유의 바람, 그 설렘’이 좋아 계속 여행을 하고 있다.

14개월 동안 해외여행을 하고 미국으로 돌아간 한 소녀는 “학교에 간 날 네팔에서 산 힌두교 신과 코끼리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었어요. 그 튀는 옷을 입고 학교에 갔는데 다들 아무 관심이 없더라고요! 여름이 오면 뭘 하지? 난 새 신발을 살 거야! …… 이런 식의 얘기뿐이었어요. (중략) 여행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여행이 얼마나 좋은지 모르는 것 같아요.”(p.83)라고 말한다. 이렇게 여행을 좋아하는 전 세계 장기 배낭족들을 만날 수 있다는 그곳, 카오산 로드에서 1년 이상 살고 있다는 그리스인 디미트리스에 따르면, “내가 카오산을 좋아하는지 어떤지는 잘 모르겠어. 하지만 무슨 쇼핑몰 같다는 생각은 들어. 외국 여행자들은 이곳에 와서 돈을 쓰지만 카오산은 태국의 문화를 느낄 수 있는 곳은 아냐. 태국의 전통과도 상관없는 곳 같아. 카오산은 태국이 아니야. 카오산을 태국이라고 말할 수 있다면 그건 단지 이곳에 태국 사람들이 살고 있기 때문일 거야.”(p,206)라는데, 그건 자연스러운 변화일 것이다. 어쨌거나 사람들은 카오산 로드에 모여들고, 거기서 정보를 교환하고, 다시 여행을 계획하고, 사람들과 정을 나눈다.

여행은 힘이 들고, 돈도 든다. 하지만 카오산 로드에서 만난 사람들은 입을 모아 하루에 일, 이 만원의 경비로 해결하고 있다고 말하며, 또 이렇게 얘기한다. “여행을 하든 독일에 돌아가 살든 삶이 항상 만족스러울 수는 없을 거야. 하지만 이번 여행으로 난 행복해질 수 있는 실마리를 찾은 것 같아.”(p.141)

책 속 구절 :
카오산을 어슬렁거리며 걷는 아이들. 집 앞 슈퍼에 과자 사러 나온 듯하다. 현금지급기에서 돈을 찾을 때 비밀번호 누르는 것을 빼먹어 계속 에러가 나도 기계 탓만 한다. 돈을 찾든 못 찾든 불안한 기색이 전혀 없다. “내일 은행에 가보지 뭐.” “그러지 뭐.” 하고 문제는 마무리된다.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세 사람은 만사가 “그러지 뭐”로 심플하게 해결된다.
“참, 내일 코사멧 가려면 오늘 예약해야 된데이~.”
“오늘 돈 없으니까 내일 예약하자.”
“그라까?”
“그러지 뭐.”
이번 안건도 평화롭게 마무리. 아이들의 여행은 내일도 계속된다. (p.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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