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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여행책

무라카미 하루키의 위스키 성지여행

by mariannne 2001. 8. 23.

무라카미 하루키의 위스키 성지여행
(무라카미 하루키 저 | 문학사상사)

일본에 머무는 시간보다 해외 여행을 하는 시간이 훨씬 많다는 하루키의 스코틀랜드 & 아일랜드 여행기. 아일랜드인은 위스키를 가장 먼저 제조하였으며 스코틀랜드 한 귀퉁이의 아일레이 섬은 싱글 몰트 위스키의 ‘성지’로 이름이 있다. 따라서 이번 여행의 주제는 ‘위스키’.
역시 하루키다운 여행기다. 그토록 조용하고, 하릴 없는 고장, 인구 삼천의 섬 아일레이에서 일어난 그닥 놀랄 것도 없는 일들을 정말 특별하게 써내려간 솜씨란!
이 책에서는 ‘위스키가 우리의 언어라면…’이라는 말을 인상적으로 남겼다. 우리의 언어가 위스키라면 굳이 위스키를 마신 후의 느낌을 이렇게 묘사할 것 없이 위스키 한 잔을 건네면 될텐데 말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위스키가 우리의 언어가 아니라서 하루키의 글을 통해 위스키를 읽을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책 속 구절 :
한 모금 마시고 나면 당신은 "이게 도대체 뭐지?" 하고 놀랄지도 모른다. 그러나 다시 한 모금 더 마시고 나면 "음, 좀 색다르지만 나쁘지 않은걸" 하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만약 그렇게 느낀다면, 당신은-확률적으로 단언하건대-아마도 세 모금째에는 아일레이 싱글 몰트의 팬이 되고 말 것이다. 나도 똑같은 단계를 밟았다. '갯내음이 물씬 풍긴다'는 말은 결코 근거 없는 표현이 아니다. 이 섬에는 바람이 많이 분다. 마치 숙명이나 뭐 그런 것처럼 바람이 분다. 그래서 해초 내음을 담뿍 머금은 세찬 바닷바람이 섬에 있는 거의 모든 것들에 선명한 각인을 새겨 놓는다. 사람들은 그것을 "해초향'이라고 부른다. 아일레이에 가면, 그리고 얼마 동안 그곳에 머물다 보면, 당신은 그 냄새가 어떤 것인지 알게 될 것이다. 그 냄새의 정체를 알게 되면, 왜 아일레이 위스키에서 그런 맛이 나는지 체감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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