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리뷰]비소설

어떻게 살 것인가

by mariannne 2016. 8. 27.


어떻게 살 것인가 - 힐링에서 스탠딩으로!   

유시민 (지은이) | 생각의길 | 2013-03-13  


좋아하는 작가 유시민의 책이다. 국회의원에서 장관까지 지냈지만, 이제는 글쓰는 사람으로 돌아와 지식소매상으로 살아가겠다는 그가, 그러면서 가장 먼저 쓴 책이 이것이다. 짐작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나이가 들어서일까. 그동안의 삶을 반추하며, 앞으로 남은 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쓰긴 했지만, 뭔가 더 나이 어린 사람들을 가르치려 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그게 나쁜 건 아니다. 특히, 그는 '어떻게 살 것인가'와 함께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말하고 있다. 무신론자인 그에게 사후 세계는 없다. 영생을 바라지도 않는다. 그는 지금 즐겁게 잘 사는 게 중요하고, '자아의 소멸'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한다. 살아보니 '삶의 유한성과 투쟁하느라 마땅히 누려야 할 삶의 환희를 외면'하는 건 좋은 선택이 아니라는 것이다. 불로초를 구하려고 별 악행을 다 저지른 진시황도 51세에 사망했다. 유시민은 다행히 이제 좋아하는 일, 하면 즐거운 일을 할 수 있게 되었으니, 좀 더 그가 원하는 삶과 죽음에 가까이 갈 수 있을 것이다. 


이제 50대 중반인 유시민 작가의 글을 앞으로 더 많이 읽을 수 있으면 좋겠다.  



책 속 구절: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덜 진보적 또는 더 보수적으로 변한다. 진보적인 젊은이가 보수적인 노인이 되는 경우는 매우 흔하다. 그런 점에서 안 해본 것이 없었다던 이명박 대통령의 '해봐서 아는 것' 목록에 한일협정 반대 시위가 들어 있었던 것은 특별할 게 없다. 그런 사람조차 젊었을 때는 데모를 할 만큼 진보적이었다는 이야기다. 20대에 이미 보수정당 새누리당의 '대표 청년'이 된 이준석 씨나 손수조 씨의 경우 그 나이가 되면 틀림없이 지금의 이명박 대통령보다 훨씬 더 보수적인 인물이 될 것이다. 반면 보수적인 젊은이가 진보적인 노인기 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사회주의노동자당을 추구하는 연세대 오세철 교수 말고는 우리나라에서 내가 아는 사례가 하나도 없다. 개인이 그렇기 때문에 세대 전체도 고령이 되면 더 보수적인 쪽으로 변화한다. 고령 유권자일수록 보수정당을 더 많이 지지하는 것은 사회정치적인 현상인 동시에 생물학적 현상이라는 이야기다. 그러니 청년 유권자들은 부모님 세대 유권자들을 너무 원망하지 않는 게 좋겠다. 고령 유권자들도 일부러 그러는 것이 아니다. 그냥 자연스럽게 그리된 것일 뿐이다. (p.229~230) 


나는 진보주의와 보수주의에 대한 '생물학적 접근법'을 좋아한다. 생물학적 접근법에 따르면 진보주의란 '유전자를 공유하지 않은 타인의 복지에 대한 진정한 관심과, 타인의 복지를 위해 사적 자원의 많은 부분을 내놓는 자발성'이다. 이러한 의미의 진보주의자는 생물학적으로 부자연스러운 또는 덜 자연스러운 생각과 행동을 한다. 생물학적으로 부자연스럽다는 것은 '진화가 인간에게 설계해놓지 않은 것'을 의미한다. 유전자를 공유하지 않은, 가족과 친척이 아닌 타인의 복지를 위해 사적 자원을 자발적으로 내놓는 것은 기나긴 생물학적 진화의 마지막 단계에서 새롭게 나타난 행동 방식이다. 이것 역시 진화의 산물이기는 하지만 혈연 집단에 대해서만 이타적으로 행동하는 동물 행동 일반과 비교하면 새롭고 덜 자연스러운 것임에 분명하다. (p.250~251) 


[...] 부시는 미합중국에서 태어나 기독교 근본주의자가 되었고, 빈 라덴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태어나 이슬람 근본주의자가 되었다. 부시는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을 위해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를 침공했다. 여자와 어린이, 노인을 포함하여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아랍인을 죽였다. 빈 라덴도 자기가 옳다고 믿는 것을 위해 뉴욕 세계무역센터 빌딩을 잿더미로 만들었다. 다양한 종교와 서로 다른 국적을 가진 수많은 사람이 영문도 모른채 죽었다. 두 사람의 악연은 어디에서 왔을까. 그것은 출생이었다. 빈 라덴이 미국에서 태어나 기독교 성경을 암기하면서 자랐다면 조지 부시와 같은 인물이 되었을지 모른다. 조지 부시가 아랍에서 태어났다면 빈 라덴과 비슷한 사람이 되었을지 모른다. 인간은 선을 추구한다. 그러나 우리가 절대 선이라고 믿는 것들이 언제나 진리인 것은 아니다. (.292~293)


[...] 천체물리학자들의 관측과 추론에 따르면 우주는 팽창하고 있으며 그 나이는 140억 년이다. 140억 년 전에 빅뱅이 일어나 공간과 시간이 탄생했다는 것이다. 인간이 관측한 별 가운데 제일 나이가 많은 것이 약 132억 년이다. 태양은 나이가 50억 년밖에 되지 않은 젊은 별이다. 방사성 동위원소 반감기를 이용해 측정한 지구 나이는 45억 년 정도 된다. 지구에 생명을 가진 최초의 유기분자가 출현한 것은 38억 년 전이라고 한다. 인간이 나타난 것은 겨우 몇 백만 년 전이다. [...]
은하와 행성의 생애 주기에 미추어 보면 인간의 삶과 하루살이의 삶은 양적인 차이가 없다. 둘 다 찰나의 시간을 살 뿐이다. 그러나 질적으로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인간은 자신의 삶이 찰나에 불과하다는 것을 안다. 하루살이는 그것을 모른다. 이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이 바로 호모 사피엔스의 특별함이다. 그 특별함을 지성이라고 한다. 삶이 찰나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사람다운 삶을 제대로 살 수 있다. 그것을 모르는 삶은 그저 조금 더 길기만 할 뿐 하루살이의 삶과 근본적으로 다를 것이 없는지도 모른다. 영원한 것은 어디에도 없다. (p.314~315)

 


'[리뷰]비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백년을 살아보니  (1) 2022.12.28
조용헌의 사주명리학 이야기  (0) 2022.12.27
핀란드 슬로우 라이프  (0) 2016.02.09
지식 e - 시즌 2  (0) 2015.11.22
비브르 사 비 Vivre Sa Vie  (0) 2015.09.29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