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칙릿6

그 남자는 나에게 바래다달라고 한다 그 남자는 나에게 바래다달라고 한다 (이지민 지음 / 문학동네) 제목부터 너무 '칙릿'스러운 소설. '나'에게 바래다달라고 하는 남자는 분명 잘생겼을 것이고, '나'는 그 외모에 홀려 간이고 쓸개고 다 빼어주면서도, 그렇게 주기만 하는 게 '진짜 사랑'이려니 할 것이다. 짐작과 크게 다르지 내용의 표제작 "그 남자는 나에게 바래다랄라고 한다"에서 좀 실망하고, 두 번째 소설인 "대천사"에서도 감흥이 없었지만, "오늘의 커피" "서른 살이 된 롤리타" "키티 부인" "불륜 세일즈"로 가면서는 왠지 즐거웠다. 21세기, 도시인 일상의 '구태의연함'과 '찌질함' 따위를 너무나 재치있게 묘사했고, "허니문"에 가서는 절정을 이루었다. 작가의 재치와 발랄함에 기분이 좋아졌다. 비슷비슷한 나이에 비슷비슷한 일상을 .. 2008. 6. 29.
스타일 스타일 (백영옥 지음 | 예담) - 제4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문장 몇 개를 읽어보고, 궁금은 했지만 굳이 살 생각은 없었다. 여차여차해서 읽기 시작했는데, 딱 기대한 만큼의 즐거움과 산뜻함을 안겨주었고, 그래도 '세계문학상'이라는 거창한 이름이 있는데... 라는 약간의 기대는 '역시나'로 접게 되었다. 30대 중반의 여성이 쓴 30대 초반 여성의 이야기로 패션잡지에 근무하는 30대 여성 직장인의 일상을 스케치했고, 직장이 있는 강북과 집이 있는 압구정동, 취재원을 만나기 위해 죽쳐야 하는 청담동을 오가며 어렵게 줄어드는 몸무게와 심심찮게 만나는 게이(이거나 게이로 의심되는 남자)들, 패션 브랜드와 트렌디한 레스토랑, 줄지 않는 카드값과 늘어만 가는 푸념들, 드디어 찾아온 로맨스 등의.. 2008. 4. 20.
쿨하게 한걸음 쿨하게 한걸음 (서유미 지음 / 창작과비평사) '한국소설계에 새 바람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2007년 새로이 제정'했다는 '창비장편소설상' 제1회 당선작. 제목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명랑'하고 '쉬크'하지만 결코 '참신'하지는 않은 칙릿(Chick-lit)이다. 몇 가지 이유 때문에 '칙릿류'에 도매금으로 넘겨 안됐지만, 우리나라 칙릿의 대명사라는 정이현의 "달콤한 나의 도시"의 등장인물과 '쿨하게 한걸음'의 주인공들이 어찌나 닮아있던지, 대한민국에서 2008년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대충 다 이렇게 살아가나, 하는 안도감마저 들 정도였다. 토요일 저녁에 구입해서 일요일 아침까지 다 읽어버릴 정도로 재밌지만, 과연 창비소설상에서 원한 당선작감이었을까, 하는 의문은 여전하다. 책 속 구절 : 이를 뽑은 부위는.. 2008. 3. 16.
베이비 in 맨해튼 베이비 in 맨해튼 (전 2권) - 원제 Baby Proof (에밀리 기핀 저 | 지식의 날개) J일보의 북 섹션에서 "개인적으론 최근 읽은 소설 중에 가장 재미 있었습니다"라는 소개 문구를 읽고 긴 연휴기간 동안 읽을까 하여 별 다른 정보 없이 주문했다. 기자의 글을 좀 더 읽어보자면, "이 소설은 고액 연봉, 여행, 친구, 펀드, 유쾌한 시간, 질 좋은 와인, 재기 넘치는 대화 같은 것들을 거느린 플래티넘급 독신녀 클로디아가 주인공"이고, "책 홍보자료에는 (주인공이) 친구·가족들의 삶을 통해 자유와 사랑, 일과 결혼, 가족과 출산의 의미를 체득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고 했지만, "(기자) 저보고 말하라면, 무엇보다 문장이 너무 깨소금이고, 심리묘사에는 척척 휘감기는 감칠맛이 있고, 정경이 부드럽고.. 2008. 2. 8.
달콤한 나의 도시 달콤한 나의 도시 (정이현 저 | 문학과 지성사) 2006년을 살아가는 서울 시민들은 왜 그리 비슷한 모양새를 하고 있는 걸까. 이 소설 속 은수, 재인, 유희의 인생은 친구의 동료, 혹은 동생의 선배처럼 한 다리 건너에서 수 없이 들었을 법한 스토리의 총 집합인데, 그 뻔한 스토리가 앉은 자리에서 꼬박 네댓 시간을 꼼짝 않고 읽어낼 정도로 재미있다. 재미로 치자면 박민규 못지 않고, 빨리 읽히기는 유이카와 케이 저리 가라다. 20세기 말,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려던 혜완, 경혜, 영선의 삶도 그랬던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칙 릿' 혹은 '칙 북'이라는 '섹스 앤 더 시티' 류의 소설. '브리짓 존스의 일기'를 시작으로 '쇼퍼 홀릭'을 거쳐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정점을 이룬, 젊은 여성이 .. 2006. 10. 16.
브리짓 존스의 일기 브리짓 존스의 일기 (헬렌 필딩 | 문학사상사) 홍보를 잘한 덕일까… 그리 훌륭한 작품씩이나 될 것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제목을 몇 번쯤 들어보고, 넘 재밌다는 광고 문구 때문에 슬쩍 눈이 갔다. 표지까지 멋지다. 기분이 쳐지는 날 뽑아들기에 딱일 것 같아 샀다. 게다가 르네 젤위거 주연으로 영화까지 나온다니 원작을 더욱 읽고 싶어졌다. 내용은… 그럭저럭 재밌다. 그러나 이 책의 최대 단점! 너무 길다는 거다. 한 번 손에 들었으니 읽다가 말 수도 없고, 해서 끝까지 읽었는데 시간이 넘 많이 걸렸다. 처음부터 끝까지 비슷한 내용이라 다 읽고 나니 그동안 쏟아부은 시간이 아까웠다. 물론 아주 심심하거나, 휴가지에서 편안한 마음으로 읽는다면 그리 나쁠 것은 없겠다. 유쾌하고 흥미로운 소재들 때문. 10여년.. 2001. 7.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