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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책들8

선셋 파크 선셋 파크 폴 오스터 저/송은주 역 | 열린책들 | 원서 : Sunset Park 2013년 3월 나온 폴 오스터의 ‘신작 장편’(이지만, 미국에서는 2010년에 출간되었다). 작가의 전작들에서는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갑작스러운 사건과 우연을 넘나들며 전개되는데, 이 소설 역시 그렇다. 좀 다른 점은 인물 중심으로 펼쳐진다는 것. 재미있긴 마찬가지다. 주인공 마일스 헬러는 술•담배를 하지 않고, 식당에도 가지 않는데다가, 텔레비전도 라디오도 컴퓨터도 없는 집에서 “자신의 욕망을 조금씩 줄여나가서 이제는 아주 최소한도에 가까워”(p.11)진 채로 살아가는 스물여덟의 젊은이다. 의붓형의 죽음 때문에 힘들어하던 중 부모의 대화를 엿들으며 충격을 받고 가출한 지 7년이 넘었다. 그는 폐가 처리를 하는 “주택 보존.. 2013. 4. 25.
공격 공격 아멜리 노통브 저/김민정 역 | 열린책들 | 원제 : Attentat 아멜리 노통브 특유의 재치와 독특함이 살아있는 작품이다. 상당히 유치하다는 생각도 드는데, 남자주인공인 에피판의 수다와 어린아이같은 자기 방어적, 독단적 태도 때문에 더욱 그렇게 느껴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 소설은 "노트르담의 꼽추"의 현대판인 것처럼, 혐오스러울 정도로 못생긴 남자와 아름다운 여배우가 등장한다. 하지만 그들의 성격은 좀 다르다. 결말도 의외다. 못생긴 남자 에피판은 거만하기 짝이 없고, 심지어 자신의 사랑을 받아주지 않는 아름다운 여자 에텔에게 공격을 가하기까지 한다. 무슨 의무로 에텔은 에피판의 마음을 받아줘야 하며, 무슨 권리로 에피판은 그녀의 사랑을 요구하는가? 아멜리 노통브의 다른 작품 "머큐리"도 이.. 2012. 10. 25.
보이지 않는 보이지 않는 폴 오스터 저/이종인 역 | 열린책들 | 원제 : Invisible 폴 오스터는 어쩌자고 이렇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계속 만들어 내는 걸까. 이번 이야기는 1967년 봄에서 시작한다. 대학생인 ‘나’(애덤 워커)는 한 파티에 참석했다가 프랑스인 커플을 만난다. 남자(루돌프 보른)는 얼마 전 유산을 받았다며 애덤에게 돈을 줄테니 잡지를 만들어보라고 제안한다. 한창 창간을 준비를 하던 중 우연치 않게 살인 사건이 일어나고, 이에 애덤은 루돌프에게 결별을 선언한다. 이후 40년의 세월이 흐른다. 애덤은 늙고 병까지 들어 언제 죽게 될 지 몰라 회고록을 쓰기 시작한다. 대학 친구인 짐에게 그 첫번째 이야기인 ‘봄’(1967년의 이야기)을 우편으로 보낸 후, 그 다음 전개가 어려워지자 시점을 2인칭으로.. 2012. 8. 1.
우연의 음악 우연의 음악 폴 오스터 저/황보석 역 | 열린책들 소방수 나쉬는 뜻밖의 유산 상속으로 20만 달러 가까이의 엄청난 돈을 갖게 된다. 두 살 때 마지막으로 본 후 삼십 년 넘게 보지 못한 아버지가 남긴 것이다. 3만 달러가 넘는 빚을 한 번에 갚고, 차를 사고, 친구들과 파티를 하고, 휴가를 내서 2주간 자동차로 서부를 여행하고, 딸을 위해 신탁 자금으로 얼마간의 돈을 맡긴 후 그에게는 6만 달러가 남았다. 어린 딸의 엄마는 일찌감치 집을 뛰쳐나갔고, 딸은 지금 나쉬의 친누나 집에서 사촌들과 함께 행복하게 지내는 중이다. 나쉬는 아예 직장을 그만두고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며 시간을 보내기로 한다. 그렇게 일 년을, 돈이 떨어질 때까지 돌아다니다가 ‘자칭 도박의 명수’ 포시를 만나고 난 뒤 그의 인생은 또 다.. 2012. 7. 9.
왜 쓰는가? 왜 쓰는가? 폴 오스터 저/김석희 역 | 열린책들 | 원제 : Why Write? (1996) 폴 오스터의 책을 이것 저것 사려고 보니, 절판된 게 여러 권이다. 이 책 역시 품절이고, 다시 나오게 될 지 어떨지 몰라 중고서점을 뒤져, 책 상태가 '새책'이라는 걸 보고 주문했다. 내가 찾을 당시에는 주요 중고서점 중 오직 한 군데에 딱 한 권만 있어, 서둘러 주문. 확실히 '새책'이 왔다. 운 좋게도. 100페이지 남짓한 분량인데도 열린 책들에서 주로 하는 사철 방식 제본의 양장본(하드 커버)이다. 짧은 글들을 모아 놓은 에세이집으로, 너무 짧고 싱거워서 실망할수도 있지만, 폴 오스터 특유의 이야기거리가 즐겁게 읽힌다. 짧은 에피소드 중에 폴 오스터가 왜 글을 쓰게 되었는지(대단한 내용은 아니다)에 대한.. 2012. 7. 8.
달의 궁전 달의 궁전 폴 오스터 저/황보석 역 | 열린책들 450페이지의 묵직한 책이지만 읽다 보면 책 무게만큼의 시간이 느껴지지 않는다. 스스로의 삶을 극단으로 몰고 간 세 남자의 이야기가 놀랍고, 환상적이고, 흥미롭다. M.S. 포그는 아버지가 누구인지 모르는 채로 자라다가, 어머니가 교통사고로 죽은 후에는 외삼촌과 함께 지낸다. 외삼촌마저 객지에서 사망하자 그는 가난의 극한을 경험하는데, 키티 우라는 중국계 여성 덕분에 다시금 의욕을 찾고, 여든이 넘은 토마스 에핑(줄리안 바버였던 사나이)의 말벗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다. 괴팍한 장님 노인 에핑은 일찍이 줄리안 바버였던 시절에 여행을 떠났다가 사고를 당했는데, 그 사건을 계기로 동굴에 처박혀 살다가 다시 세상에 나와 다른 사람으로 살아간다. 며칠에 걸쳐 자신의.. 2012. 7. 2.
신탁의 밤 신탁의 밤 폴 오스터 저/황보석 역 | 열린책들 | 원제 : Oracle Night 이야기 속에 이야기가 있는, 마트료시카 같은 소설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주인공 시드니 오언은 사고를 당해 넉 달을 누워있다 죽지 않고 살아난 후, 한 문방구점에서 포르투갈산 푸른 노트를 구입하고 거기에 소설을 쓰기 시작한다. 소설 속 주인공은 닉 보언이라는 남자이고, 그는 우연찮은 한 사건을 계기로 홀연히 다른 도시로 떠나는데, 그가 손에 쥔 것이 "신탁의 밤"이라는 소설 원고다. "신탁의 밤"은 전쟁 중에 눈이 먼 영국군 대위가 주인공이고, 영국 대위는 눈이 먼 대신 미래를 예언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시드니 오언은 닉 보언의 이야기와 영국군 대위 이야기를 쓰면서 돈벌이를 위해 영화시나리.. 2012. 6.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