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산 黑山
흑산 黑山 김훈 저 | 학고재 이것은 사람들이 태어나서, 먹고, 일하고, 세금을 내고, 아이를 낳고, 그 아이가 자라는 것을 보고, 다투고, 화해하고, 믿고, 배신하고 ... 그렇게 살다 죽어가는 이야기다. 백성들은 굶주림에 시달리며 고향을 떠나고, 어떤 이들은 죽은 아이의 살을 먹으며 ‘죽여서 먹는 게 아니고, 죽어서 먹는다’고까지 하는데, 궁에서는 나라의 기강이 무너진다며 사학죄인을 잡아 족칠 생각에 여념이 없다. 불과 140여 년 전의 일이다. 사람의 목숨이 가볍고 하찮게 다루어지는 시절이었다. 이 책의 주인공은 따로 없다. 흑산으로 유배된 정약전이 주인공인가, 모르겠다. 정약전에게는 위로 형 약현이 있고, 아래로는 동생 약종, 약용이 있었다. 형제 중 맏이인 약현에게는 명련이라는 딸이 있어, 황사..
2012. 11. 28.
언니의 폐경 : 2005 황순원 문학상 수상작품집
언니의 폐경 : 2005 황순원 문학상 수상작품집 (김훈 외 지음 ㅣ 문예중앙) “2005년 대한민국 최고의 소설!”이라는, 느낌표까지 붙은 카피가 좀 경박스럽게 느껴지긴 했지만, 수상작과 최종 후보작 리스트에 있는 작가들의 이름을 보니 뭐 그리 틀린 말도 아닌 것 같다. 이상 문학상과 뭐가 다른 지 모르겠지만, 어찌됐건, 컴필레이션 음반 같은 즐거움을 주는 단품집이 자꾸 나와주니 고맙기만 하다. 김훈, 성석제, 윤대녕, 은희경, 하성란, 박민규, 김연수, 구효서 같은 작가의 작품을 한꺼번에 읽을 수 있다니 말이다. 작년 이상문학상 대상작인 “화장”을 읽고 난 후, ‘역시 연륜… 작가는 경험이 많아야 한다, 상상력도 중요하겠지만, 남 얘기를 하자면 글을 쓰는 손이 불편할 것’이라며 주절주절 글을 남겼는데..
2005. 12. 31.
화장 : 2004년 제28회 이상문학상 수상 작품집
화장 : 2004년 제28회 이상문학상 수상 작품집 (김훈 저 | 문학사상사) 당연한 건지도 모르겠지만, 이상문학상 대상 작품은 대개 점잖은 편에 속한다. 진지하고, 깊고, 묵직하며 약간은 차가운 느낌이다. 최근에는 최수철, 최윤, 윤후명, 은희경의 작품이 그랬고, 권지예의 “뱀장어 스튜”가 좀 달랐다. 28회에 빛나는 이상문학상 작품을 모두 읽은 건 아니지만, 읽을 때마다 늘 안심이 된다. “뭐 괜찮은 소설 없을까?”라고 묻는, 늘 시간에 쫓기는 사람에게는, 일 년에 한 권, 이 책을 꼭꼭 읽어볼 것을 추천하기도 한다. 올해 대상 수상작인 “화장”을 읽으면서 드는 생각은, 작가는 경험이 많아야겠구나, 하는 거다. SF작가가 미래를 살아본 적이 있냐며 반문해도 역시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상상력도 한 몫..
2004. 2.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