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기사, 행복을 찾아 바르셀로나로 떠나다 - 행복한 오기사의 스페인 체류기
오영욱 (지은이) | 예담 | 2006년
건축가 오영욱은 여행작가로 더 유명한 사람이다. 직접 그린 일러스트가 인상적인 여행책 몇 권이 아마도, 스테디셀러일 것이다. 지금은 여배우의 남편으로 더 알려져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본래 직업이 건축가이니 가우디의 도시 '바르셀로나'가 그에게는 아주 좋은 여행지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뻔한 추측에 그는 시큰둥하다. 가우디의 건물들이 매력적이긴 하지만 "그저 아름다운 고전일 뿐"이고, 그 "현란한 곡선들은 개인의 천재적인 재능의 산물이기도 하지만 그것을 뒷받침해 주는 도시의 시스템과 동시대 시민들의 관심, 그리고 자본과 시간을 투자하고, 거기에 인내까지 갖춘 건축주들의 작품"(p.274)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럼 왜 바르셀로나일까? 그는 아예 그 곳에 일 년을 머물며 스페인어를 배운다. 책 속에는 특별한 사건도 없고, 바르셀로나라는 근사한 여행지를 자세히 소개하지도 않는다(책 끝부분에 바르셀로나 여행 정보가 있긴 하다). 그저 소심한 이방인의 소소한 넋두리같은 것이 있을 뿐. 그래도 재미있다.
떠남은 도피가 될 수 있었지만
떠나 있음은 또 다른 삶의 연속이었다.
바르셀로나는 물리적 거리가 주는 좌표로
내게 환희를 주기도 했지만
어찌 보면 서울과도 별다를 것 없는 일상은
내 위치를 순간순간 까맣게 잊게 했다.
그것은 내가 한국과 가장 멀리 떨어진
남미의 우루과이 앞바다에
둥둥 떠 있다 할지라도
크게 다르지 않았을 일이다.
이곳에서는
거리의 간판도,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머리 색깔도
내가 지금까지 살아왔던 내 도시의 그것과는 달랐지만
돌이켜 보면 오히려
종로 3가 지하철역 환승 통로의 무표정한 얼굴들이
어전지 더 낯설게 느껴졌던 것 같기도 하다. (p.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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