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희망을 변론한다- 법을 무기로 세상 바꾸기에 나선 용감한 변호사들 이야기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지은이) | 부키 | 2013-12-13
‘인권’이라는 말을 쓰기 시작한 게 언제일까? 서양에서 자연권이라는 말이 나온 게 17세기? 18세기? 대한민국에서 그 권리를 행사하기 시작한 건 언제인가. 아직도 많은 사람이 ‘인권’을 ‘천부인권’이 아닌 ‘사람에 따라, 상황에 따라 생각해볼 권리’로 여기고 있을지 모른다. 이 책에 나오는 결혼이주여성, 장애인, 이주노동자, 성 소수자, 중고령 여성노동자, 난민, 주거 취약계층의 인권이 어떻게 다루어지고 있는지를 보면 그런 생각이 아주 많이 든다.
체류 자격이 없는 이주노동자의 자녀는 멀쩡히 학교에 다니다 강제 출국 되고, 성 소수자인 청소년은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아우팅’ 당하고, 집단 괴롭힘에 시달린다. 청소노동자들은 매일 9시간가량 일하면서 한 달에 100만 원도 벌지 못하고, 폭언, 폭행, 성희롱, 멸시와 조롱의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 우리나라에 와 난민 신청을 한 사람들은 1년이 넘도록 법무부 결정을 기다리기만 하면서 ‘취업’은 금지되어 생계를 유지할 수 없다. 26만 명이 넘는 대한민국 국민은 주거로 삼기 적절하지 않은 거리, 쪽방, 컨테이너나 움막 같은 곳에서 살아간다. 이들에게 문제가 생기면 누가 편을 들어주나? “공감”에서 그런 일을 한다.
“공감”은 공익인권법재단다. 국내 최초의 ‘전업 공익변호사’ 단체로, 2004년 아름다운 재단에서 시작됐다. 박원순 변호사는 후배들에게 “판사, 검사, 잘나가는 로펌 변호사라는 레드오션”에 빠지지 말고, ‘공익변호사’라는 ‘블루오션’을 선택하라고 권했다. 그 말을 듣고 마음이 흔들린 연수생들은 그를 찾아갔고, 함께 일하기 시작한다. 공감에 사건을 맡기는 의뢰인은 수임료도, 소송비용도 낼 필요가 없다. 공감 변호사의 연봉은 3천만 원, 100퍼센트 기부로 운영된다. 영리 활동은 금지다. 돈을 적게 벌어 어떻게 하느냐고? 그들은, 변호사가 꼭 돈을 많이 벌어야 하는 건 아니다, 도시 근로자의 평균치는 되니 먹고 사는 데 지장이 있지는 않다, 자신들을 안타까운 시선으로 볼 필요도 없고, 성인군자로 생각지도 말라고 한다. 굉장히 맞는 말인데, 존경스럽다.
이 책은 공감 활동 10년을 되돌아보며, 이 단체가 어떻게 만들어졌고, 무슨 활동을 하는지를 알리며 희망을 전하는 책이다. 앞서 말한 결혼이주여성, 장애인, 이주노동자, 성 소수자, 중고령 여성노동자, 난민, 주거 취약계층은 공감의 주 고객이다. 결혼이주여성이나 이주노동자가 너무 먼 사람들이라면, 매일 만날 수 있는 청소노동자와 돌봄노동자(간병인, 가사도우미, 요양보호사, 육아도우미 등)들은 우리의 어머니일 수도 가까운 친구의 어머니일 수도 있다. 여전히 많은 사람에게 이들은 ‘남’이다. ‘공감’의 활동 없이도 이 사회가 이들에 공감할 수 있는 날이 올까?
도처에 우리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인권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들쑤시지 않고 사는 게 속 편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자신은 물론 타인에 대해서도 쉽게 체념하거나 포기해서는 안 된다. 자연과 더불어 모두가 세상의 한 부분이고 서로 연결된 존재이기 때문이다. 타인의 고통에 눈 감는 것은 자기 스스로를 외부 공간으로 추방하는 일이나 마찬가지다. 인권의 문제를 고립된 개인 차원에서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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