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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비소설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by mariannne 2011. 10. 24.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하버드 박사의 한국표류기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이만열) 지음 | 노마드북스

예일대와 동경대학교 대학원, 하버드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하고 하버드대 겸임교수, 일리노이대 교수, 고려대 아시아문제연구소 객원 교수, 동경대 교환 교수로 지낸 바 있는, 현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한국명 이만열)의 한국 표류기. 그가 말하는 ‘표류’란 ‘정신사적 흐름’이라는 의미의 표류이고 일종의 철학적인 개념으로, ‘표류기’는 나름의 문화적 흐름을 그 안에서 보는 게 아니라 바깥에서 ‘다른 관점’으로 보는 것(p.6)을 말한다. 그의 이력이 말해주는 것처럼 그는 공부를 많이 한 사람이고, 여전히 공부하는 사람이고, 한국에서는 ‘인간과 인간 사이를 소통하는 하나의 상식’(p.26)으로의 인문학을 공부하고 있다. ‘어떤 특정한 기술이 지속적인 가치를 보장해 주지 못하는 시대’(p.218)에 인문학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 지에 대해 여러 번 강조한 그는 ‘구글이나 페이스북, 애플처럼 정보기술 산업의 선두주자들이 한결같이 말하는 혁신의 비결은 다양한 인문학을 토대로 한 정보기술 분야의 통합적 연구’(p.219)라고 하면서 급기야는 경영 관련 전공자는 블로깅의 중요성을 이해할 수 있지만, 오직 문학 전공자만이 대다수의 블로거들에게 설득력 있는 글을 쓸 수 있을 것’이라고까지 말한다.

제목 한 문장에 이끌려 책을 읽기 시작했고, 책을 읽으면서는 한국에 온 지 수 년 밖에 안된 그의 한국어 실력에 감탄했고(이 책은 한국어로 쓰여졌다), 외국인이 본 대한민국 사람의 모습이 어찌 그리 한결같은지_토론 문화는 없고 밤이면 술과 노래가 끊이지 않으며 외국인을 만나면 ‘김치는 먹을 줄 아느냐’ ‘결혼은 했냐’는 질문을 해대는_생각하니 웃음이 났으며, 저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그리 한국을 좋게 평가하는지 모를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 속 구절:
우리는 앞으로 MBA 학위보다는 문학이나 철학에 대한 이해가 보다 더 절실히 요구되는 세상에  살게 될 것이다. 앞으로 우리는 여러 이유로 문학, 예술, 철학 그리고 역사와 같은 주요 분야를 아우르는 포괄적인 교육에 대한 접근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 교양서를 읽고 사색을 통해 누릴 수 있는 깊은 행복감만 해도 그런 광범위한 교육을 필요로 한다. 교육에서의 즐거움은 사회에서의 즐거움을 가져올 수 있다. 옛 사람들의 말처럼 단순히 일만 하는 사람은 공부를 하는 사람을 못 이기는 법이고, 공부만 하는 사람은 그것을 좋아하는 사람을 이기지 못한다고 한다.
[…] 그러나 우리의 이런 정서적인 안정을 위해 인문학 교육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주장한다면, 이는 경영학과 기술교육을 넘어서는 포괄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얘기인데, 이는 그 반론에 부딪혔을 때 맥없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 즉, 인문학 교육은 이 불확실한 시대 속에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하는 현실적인 고민을 하고 있는 평범한 학생들과 그 학부모들에게도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이러한 상황을 그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고 있다. 향후 20년간 문학, 역사 그리고 예술에대한공부가 이 분야와는 무관한 평범한 독자들에게도 그 무엇보다 중요하게 다가올 것이라고 강조하고 싶다. 인문학은 일반적인 상식과는 달리 본질적인 면에서 매우 실용적이고 유용한 학문이기 때문이다. 바로 인문학 교육이 반드시 지속되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여기에는 시간이란 장벽이 존재할 수 있다. 단기에 습득될 수 있는 것이 아닌 장기적인 관점에서만이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인문학은 즉시 돈이 될 수 없다. 이른바 ‘환금성’이 떨어진다. 그렇지만 이러한 조금함을 덜어내야 우리도 NCH와 같은 인문학 시설을 만들 수 있고, 구글이 인문학자들을 통해 성공 시나리오를 완성하는 것처럼 한국도 그와 같이 될 수 있다. (p.215~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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