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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경영·경제

마이크로트렌드

by mariannne 2008. 2. 29.

마이크로트렌드 - 세상의 룰을 바꾸는 특별한 1%의 법칙 
(마크 펜, Kinney Zalesne 지음 ㅣ 해냄)


롱테일을 이해하는 또 다른 눈

'획일성'에 밀렸던 '다양성'이 주목받고 있다. '메가 트렌드'가 아닌 '마이크로 트렌드'를 무시할 수 없는 시대가 온 것이다. '건강 음식에 대한 관심이 높은 가운데 빅맥 판매량이 갈수록 늘고 있음은 무엇을 말하는가. [...] 사람들 대부분이 정수된 물이나 생수를 마시려고 하는 가운데 화학물질과 카페인이 잔뜩 든 에너지 드링크의 소비도 늘고 있다'(p.12) 도대체 누가 이제 '대세는 바로 이것'이라는 말을 할 수 있을까. 이전에는 쉬쉬했던 '소수'들은 이제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 '큰 흐름'보다는 '다양한 흐름'에이 인정받기 시작했다. "오늘날의 집단 사회에서는 특정 사안과 관련해 주류의 선택과 대립되는 선택에 헌신하는 사람들이 단 1퍼센트만 있어도 세상에 변화를 일으키는 운동을 창출할 수 있다."(p.17) 어떻게? 세상이 바뀐 것은 인터넷의 도움이 크다. 자신과 같은 '독특한' 성향의 (소수라고 믿었지만, 사실은 그 수가 상당한) 사람들을 찾기가 쉬워졌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들은 이 사실에 주목했다. '공통의 관심사를 중심으로 함께 뭉치는 사람들로 구성된 수백 개의 새로운 틈새'(p.18~19)를 연구한 것이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75개의 '마이크로트렌드'는 이전에는 주목받지 못했지만, 이제는 무시할 수 없는 숫자의 집단을 말한다. 물론, 그 집단은 굉장한 '틈새시장'을 형성하고 있으니, 이를테면 '사내연애족' '재택근무족' '혼혈 가정' '태양혐오족' '난청족' '카페인광'  '성인비디오게임족' '고학력 테러리스트' '늦깍이 게이족' '고딩 사업가' 'LAT 부부족' '맘모니스' 등이다. 이미 잘 알고 이는 부류들일 수도 있고, 새롭게 알게 된 집단일 수도 있다.

책을 읽다 보면 '숫자'에 대해 의문이 들기도 하는데, 우선은 모든 마이크로트렌드에 속하는 인구 수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인데, 이게 미국 인구 증가와는 어떤 관계가 있는지가 몹시 궁금해진다. 인구 자체가 늘어났다면, '채식주의자'나 '왼손잡이'가 주목할 만큼 늘어난 사실이 별로 놀라운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물론, 비례적으로 늘어났다고 해서 '시장' 규모가 늘어난 것이 덜 중요한 것은 아닐테고, '다양성'과 '롱테일 시장'에 대한 이해를 갖게 된 것 만으로 이 책에 대한 가치를 부여할 수는 있을 것이다. 어쨌거나 정상 결혼 후 40대에 이르러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깨닫게 되는 '늦깍이 게이족'이, 최소 200만에 달한다는 사실 같은 건 놀랍지 않은가.

'숫자'에 대한 두 번째 의문은, 이런 것이다.  "[...] 남성들은 다른 남성들을 도와주는 경우가 훨씬 많다. 여성 수발자는 그런 경우가 28퍼센트에 불과한 데 비해 남성 수발자들은 35퍼센트에 이르고 있다."(p.224)식의 표현을 보면, 35퍼센트가 28퍼센트에 비해 '훨씬' 많은 수인지 궁금하다. 또 다른 예. 여론조사 30년 동안 '파격적이라 할 정도로 새로운 발견'이 없었는데, 2006년 12월, 16~22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여 "10년 후에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가장 높을까?"를 물어봤을 때 1%의 청소년이 '저격병이 되어 있을 것'이라고 하여 '청천벽력처럼 내 머리를 뒤흔들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 1%는 도대체 몇 명의 청소년이었을까. 혹시 100명 중 1명? 휴대전화 설문조사라고 하니 설마 10만 명 중 1,000명은 아니었겠지.

600페이지에 달하는 상당한 분량에 읽기도 전에 기가 질릴지도 모를지만, 75개의 '트렌드' 중 어느 부분을 먼저 읽어도 상관 없으니, 시간 날 때마다 펼쳐 들면 즐거울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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