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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비소설

지구별 여행자

by mariannne 2003. 1. 6.


지구별 여행자
(류시화 저 | 김영사)

이 책을 얘기하면서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을 떼어 놓을 수 없겠다. 두 책 모두 류시화 시인이 인도 여행을 하면서 겪었던 재미있는 이야기와 명상의 기록들이다. 오래전 읽은 “하늘 호수로…”는 인도인의 어처구니 없는 낙천적 성격과 운명주의적 발상으로 인한 에피소드로 가득했고, 당시 나의 깊은 고민들은 그 책을 읽으며 훨훨 날아갔다. 지금 이순간 일어난 나쁜 일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그러니까 몇 만년 전부터 예고된 것이라니, 어쩔 수 없지 않은가. 세상에는 두 가지 종류의 사람이 있는데, 그 한 종류는 인도를 좋아하는 사람, 그리고 또 다른 종류는 인도를 싫어하는 사람이란다. 인도에 관한 책을 읽고 인도에 매료되어 배낭을 메고 떠났으나, 공항에서부터 코를 쥐어 싸고 여행 기간 내내 고생을 했다는 선배는 인도가 무척 고역이라 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경험하는, 더럽고 가난하고 무더운 나라 인도는, 류시화 시인을 통해 영혼이 지친 나그네가 위로받는 나라, 시인의 나라, 위대한 정신의 나라로 묘사된다. 그 어떤 미사여구도 없고, 일부러 꾸미거나 과장하지도 않았지만, 우리는 “지구별 여행자”를 읽으며 많은 감동을 받게 된다. 왜 그리 법석대며, 왜 그리 깔끔떨며, 왜 그리 부지런떨며, 왜 그리 안달하며 살고 있는지. 왜 그리 불평하고, 왜 그리 짜증을 내며 살고 있는지… 인간은 모두 지구로 잠시 여행을 온 ‘여행자’라 했다. 우리는 지구별에서 더 많이 배우고, 더 많이 경험하여 다시 어딘가로 돌아가야 할 것이다. 누군가가 지구별에 가서 무엇을 했냐고 물어보면, 대답할 것이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할 테니, 가끔이라도 내 존재와 주변의 것들에 대해 생각을 하는 시간이 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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