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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비소설

증오에서 삶으로

by mariannne 2003. 4. 14.


증오에서 삶으로 : 어느 사형수의 자유를 위한 투쟁의 기록
(필리프 모리스 저 | 궁리)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의 저자 다치바나 다카시는 ‘논픽션이 워낙 흥미로워 픽션에는 관심이 가지 않는다’고 했던가. 보통 사람은 체험할 수 없는 ‘사형수’로의 삶. “증오에서 삶으로”는 저자의 자전적 수기이기 때문에 더욱 가슴에 와 닿는다. 자신의 체험을 소재로 소설을 만들었다면, 그 감동은 한 단계 더 떨어지지 않았을까. 저자인 필리프 모리스가 “쇼생크 탈출”이나 “도망자”처럼 누명을 쓴 것이라면 그 억울함에 온 신경이 쓰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죄의식 없이 사소한 범죄를 저지르는 망나니였고, 응당 받아야 할 죄 값을 치루고 있었다. 평범한 내가 보기에는 그랬다. 햇살이 너무 눈부셔 사람을 죽인 뫼르소처럼, 그래서 그게 큰 죄인지 무엇인지, 신경이 마비되어 상황 파악을 못하는 사람이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많은 사람들이 손가락질하며 죽어 마땅하다 돌을 던지는 대상, 그 돌에 맞아 죽어가는 범죄자들 역시 한 인간이며, 존엄성이 있다는 사실이다.

처음에 이 책을 읽을 때는, ‘이게 뭐야, 형의 탈옥을 돕고, 위조 지폐를 사용하면서 자유롭게 살아가고, 사람을 때리고, 우발적이었다고는 하지만, 사람을 죽였잖아!!’ 라는 생각에, 감방에서 젊은 날을 썩히고 있는 그의 삶이 너무도 당연하게 생각됐다. 하지만, 그것을 누가 판단할 수 있을까. 죄없는 사람이 돌로 치라는 말도 있지 않았던가. 공평하지 못한 삶. 아무리 죄를 지었다지만, 같은 죄를 짓고도 부끄럼없이 살아가는 기득권자들도 있지 않나… 이 책은 편안하게 읽기에는 좀 길고 지리한 감이 있지만, 많은 것을 느끼게 한다. 한 사람의 인생은, 그 누구의 인생이든 가치가 있는 법이다. 그리고, 그것은 자신만이 책임질 수 있으며, 자신만이 개척할 수 있는 것이다. 삶을 허비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죄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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