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지 경제 섹션을 펼치면 어찌나 모르는 말이 많던지, 어디 가서 물어보기에는 왠지 뜬금없어 민망하고, 물어봤자 한도 끝도 없을 것 같고, 사전을 찾는다고 나오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는, “그냥 매일 경제 신문만 봐바, 그럼 알게 돼!”라고 하지만, 사실 그것도 뭔가 감이라도 있어야 더 많이 알게 되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초보”나 “알기 쉬운”이라는 말이 들어간 경제서적을 계속 기웃거리기만 하다가 이 책을 읽게 됐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나같이 무지한, 경제/금융감각 제로인 사람에게 꼬옥 추천해주고 싶은 책. 다른 독자의 리뷰를 보니, 책의 내용에 비해 표지가 경박(?)스러워 왠지 믿음이 안 갔다고 하나, 나로서는, “아주 쉽게 쓴 책”이라는 걸 강조한 현란한 표지가 더 좋았다. 정말로 궁금했던 금용 기초 지식들을 어쩜 이렇게도 쉽게 써놓았을까. 뭐든, 쉽게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은, 그 세계를 아주 잘 이해한 사람만이 가능한 일이다. 자기 것으로 완전히 소화한 후, 적절한 비유를 통해 설명한다는 것, 그 어떤 현학적인 말로 전문 분야를 설명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일지도 모른다.
이 책의 1편에서는 은행에 대해서 이야기했고, 2편에서는 증권전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경제일반을 다룬 것이 아니라, “금융”에 대한 것이라는 걸 주시하라. 채권, 선물, 옵션, ABS, PER… 이런 말들이 자꾸 눈에 밟히는데 옆에서 뭐라고 설명을 해 줘도 이해가 잘 안가는 사람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책 속 구절 :
여러분, 비빔밥 아시죠? 설날 때 차례 지내고 남은 나물들, 왠지 손은 안 가는데 버리려면 아깝죠. 며칠 후 추운 겨울날 가족들 대여섯이 옹기종기 모여서 콩나물, 미나리, 고사리 등과 같은 나물(은행의 여러 대출채권들)이 담겨 있는 그릇을 냉장고에서 모두 꺼냅니다. 이것들을 큰 냄비(SPC:특수목적법인)에 몽땅 넣습니다. 그리고 식은 밥 몇 덩이와 새빨간 고추장, 그리고 참기름(평가기관의 등급) 등을 넣고 신나게 비빕니다. 그러고 나서 빈 그릇에 이 비빔밥(ABS)을 담아서 가족끼리 맛있게 먹죠? 이게 바로 ABS입니다. 모아서 섞어서 증권을 발행하고, 이것을 다시 쪼개서 파는 거죠. 금융이란 이렇게 재미있고 신기한 것입니다. 여러분은 금융공학하는 사람들이 뭘 하는지 궁금하지 않으셨나요? 이 사람들이 머리를 짜내어 ABS같은 상품들을 개발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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