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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비소설

내 안에 남자가 숨어 있다

by mariannne 2004. 3. 9.

내 안에 남자가 숨어 있다
(배수아 저 | 이룸)
 
“일요일 스키야키 식당”을 읽기 전에 나는 배수아의 글이 ‘몹시 가벼울 것’이라는 편견에 사로잡혀, 그녀의 책은 아마도 평생 사서 읽지 않을거라는 생각을 했다. 노골적으로 젊은 세대를 겨냥한 제목을 선택한 것도 마음에 들지 않고, 공무원이면서 취미정도로 글을 쓰는 듯한 그녀의 태도 또한 믿을 수가 없었다. “나는 이제 니가 지겨워” “부주의한 사랑” “랩소디 인 블루"같은 제목에서 도대체 어떤 진지함이 숨어 있을 수 있을까. (이 세 권 모두 아직 읽지는 못했다)

헌데 그게 아니었다. 그녀는 아주 영리한 사람이었다. “내 안에 남자가 숨어 있다”는 제목 역시 내 눈에 시시껄렁해 보이긴 마찬가지었고, 무라카미 류의 책을 구입하면서 이 책이 덤으로 와 읽게 되었는데,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 자체의 완성도가 높다기 보다는, 그녀에 대한 편견이 완전히 사라졌기 때문이다. ‘몸’과 ‘성’이 소재이긴 하나, 그보다는 배수아라는 젊은 작가의 참신한 사고를 엿볼 수 있어 좋았다. 나는 그녀의 논리가 무척 맘에 들었고, 책을 읽는 도중 여러 번 감탄했다. 분량이 얼마 안 되는데다가 1/4 정도는 사진이라 빨리 읽을 수 있다. 하나 더, 책 뒤에 보너스로 이충걸의 발문이 있다는 사실도 기분 좋은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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