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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비소설

내 가방 속의 샐러드

by mariannne 2004. 5. 20.


내 가방 속의 샐러드
(녹슨금 저 | 한국씨네텔)

이 책의 정체는 무엇일까? 제목만 보고서는 다이어트 지침서인 줄 알았다. 읽고 보니, 재치 만점의 방송작가가 쓴 통통 튀는 음식 에세이다. 김동규, 한비야, 안숙선, 조훈현 등 유명인들과 요리를 매칭시켜 음식에 관한 유래, 역사적 에피소드, 개인적 추억 등을 소개했다. 헌데 그 내용들이 ‘믿거나 말거나’ 식으로, ‘이렇다고 하더라~’가 대부분이라, 즐겁게 읽고 가볍게 넘겨야 할 것 같다.

이를테면, 조랭이 떡국은 이성계의 역성혁명에 대한 개성 사람들의 분노 때문에 시작됐다더라, 자서전을 보니, 화가 달리는 ‘여섯 살 때 이미 요리사를 꿈꿀 정도로 음식을 무척 사랑했다’더라, “최후의 만찬”을 완성한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작품에 몰두했어야 할 2년 9개월 동안 사실 새로운 음식을 개발하느라 시간을 끌었다더라 등. 또는 곰발바닥 요리는 이러이러저러한 이유로 ‘오른쪽 앞발’이 최고란다, 프아그라를 만들기 위해 프랑스 사람들은 이리도 잔인한 짓을 한다더라, ‘빨간 제비집’ 잔혹사를 겪지 않고서는 황제의 식탁이 완성되지 않는다더라, 하는 믿기 힘들지만 사실임이 분명한 정보까지.

맛에 관한 이야기라면, '맛'과 '여자'를 주제로 한, 무라카미 류의 "달콤한 악마가 내 안으로 들어왔다" 아니면 음식과 추억에 관한 “황석영의 맛과 추억”, 또는 허영만의 “식객”이나 2004년 5월 현재 87권까지 나온 “맛의 달인”이 있다. 이 책들은 모두 추천할 만 한데, “내 가방 속의 샐러드” 역시 많은 정보를 끌어 모아 기분 좋게 전해준다는 점, 음식에도 역사와 전통이 있고, 구구 절절한 사연이 있으며 웬만한 명사 치고 음식을 탐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는 점 등을 소개한 것이 흥미롭다. 지루한 오후에 조금씩 읽어 보면 좋겠다.

책 속 구절 :
일할 때는 서로 원수처럼 악다구니마저 해대며 살벌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게 다반사지만, 회식이라고 한 자리에 모이고 보면 그렇게 정다울 수가 없다.
회포 푸는 자리에서 뭐니뭐니해도 삼겹살에 소주가 으뜸.
오늘도 언제나처럼 술잔을 몇 순배 돌리다 보면 어느 새, 기름 냄새 솔솔 풍겨가며 맛있게 구워져 있는 우리들의 삼겹살. 그렇다면 이제 안주 몇 점 넘겨볼까?
바로 그 순간, 미각에 관한 한 일가견을 자랑하는 우리들의 김 모군.
“아줌마, 여기 새우젓 좀 주세요!”
새우젓이 돼지고기에 들어 있는 콜레스테롤을 박멸하는 데 그렇게 좋단다. (p.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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