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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소설

포옹

by mariannne 2004. 3. 22.

포옹
(필립 빌랭 저 | 문학동네)

이 책을 선택한 독자들 대부분이 아니 에르노의 “단순한 열정”을 읽었을 것이다. “단순한 열정”은 유부남과 사랑에 빠진 작가가 자신의 절절한 심정을 토로한 소설로, 사랑의 열정과 집착, 광기 따위를 여과 없이 그려내 조금은 민망하고 어색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에서는 동조를 보낼 수 밖에 없는 소설이다. “단순한 열정”은 작품 이외의 것에서 화제를 남겼는데, 그 소설을 읽은 한 젊은이(서른 세 살이나 어린!)가 그녀와 사랑에 빠져 “단순한 열정”을 그대로 답습한 또 하나의 문제작을 내 놓은 것. 그게 바로 “포옹”이다.

아니 에르노는 A라는 유부남을 사랑하여 “단순한 열정”을 썼고, 필립 빌랭은 아니 에르노를 사랑하여 “단순한 열정”을 모방한 “포옹”을 썼다. 그러니 “단순한 열정”을 읽고 감동을 받았다면 “포옹”을 읽지 않고는 못 배기지 않겠나. 하지만 실제로 그 ‘닮았다는 문체’는 잘 느껴지지 않았다. “포옹”은 너무 짧고, 건조했다. 책 어딘가에 적힌 대로, ‘아니 에르노에게만 읽혀졌어야 했을 개인적인 작품’이라는 생각이다. 확실히 재능 있는 작가라는 생각이 들지만, 시작이 좋지 않다. 아니 에르노와의 스캔들이 그를 평생 따라다니지 않을까. 프랑스 사람들은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이해 받기 위해 노력하지도 않았지만, 책을 읽으면 더더욱 ‘사랑’과는 거리가 먼, ‘애정결핍’에 이어진 구애와 질투에 눈 먼 ‘집착’만이 느껴진다. 그것도 사랑의 한 부분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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