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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소설

콜레라 시대의 사랑

by mariannne 2004. 5. 4.


콜레라 시대의 사랑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저 | 민음사)

이 소설의 주제는 두 말 할 것 없이 “사랑”이다. 미국이나 남아메리카에서 발렌타인 시즌마다 거론되는, “불멸의 사랑”을 다룬 추천작이란다. 하지만 이게 진짜 사랑일까? 51년 9개월 4일을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기다려 53년 7개월 11일 만에 이룬 사랑. 시간의 흐름을 자유자재로 다룰 줄 아는 마르께스답게 상상하기 힘든 세월동안의 사랑에 대해 써 내려갔다. 정말 무겁다. 데이지를 사랑한 '위대한 개츠비'와 비교하기에는 아예 스케일부터가 다른 사랑.

청년 플로렌티노 아리사와 소녀 페르미나 다사는 편지를 주고받으며 사랑을 키웠지만, 어느 순간 여자는 순전히 ‘사랑’을 사랑했음을 깨닫는다. ‘사랑을 하고 있는 자신’을 사랑한 것이다. 플로렌티노 아리사에게 흥미를 잃은 그녀는 의사 후베날 우르비노 박사와 결혼을 하고, 남자는 그녀와의 사랑이 언젠가는 이루어지리라 생각하며 기다린다. 그녀의 남편인 후베날 우르비노 박사가 자신들보다 분명히 먼저 죽을 것이라는 확신 – 그렇기 때문에 박사를 측은하게 생각하기까지 하는 – 대단한 확신을 갖고.

책의 첫머리는, 후베날 우르비노 박사의 죽음과 플로렌티노 아리사의 사랑 고백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다시 과거로 돌아가 그와 그녀가 어떻게 처음 만났으며, 오십 년이 넘는 세월동안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기록한다. 마르께스의 “백년 동안의 고독”처럼 재미있지는 않다. 누군가가 마르께스의 소설 중 가장 흥미진진하다고 했는데, 개인적으로는 좀 지루했다. 분량도 상당하지만, 마지막 장면이 감동적이라는 말 때문에, 그것만을 기다리다 보니 중간 과정이 더욱 번거롭게 느껴졌다. 소설을 잘 읽지 않는 사람이라면 이 책이 상당히 버거울 것 같다.


책 속 구절 :
그는 6월의 마지막 달리아 향기를 풍기는 다른 도시로 나왔다. 그곳은 젊은 시절에 과부들이 5시 미사를 마치고 나와 어둠 속을 줄지어 걷고 있던 모습을 보았던 거리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눈물을 보지 못하도록 길을 건넌 사람은 과부들이 아니라 바로 그였다. 그는 그 눈물이 한밤중부터 흘러내린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그것은 51년 9개월 4일 전부터 참고 있던 눈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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