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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비소설

음모와 집착의 역사

by mariannne 2004. 8. 31.

음모와 집착의 역사 : 세계사의 흐름을 바꾼 역사상 10대 라이벌들의
(콜린 에번스 저 | 이마고)

이 책의 저자는 역사학자가 아니라 ‘범죄학이나 법에 대한 흥미진진한 책들을 집필한 베스트셀러 작가’다. 따라서 흥미로운 소재를 들춰내 열심히 자료를 조사한 후, 이야기를 써 내려간 것은 ‘진실의 재발견’을 위해서가 아니라, 순전히 ‘독자’들을 위해서이며, 물론 이러한 야사(野史)는 정사보다 재밌는 법이다.

이 책에는 총 10개의 라이벌 이야기가 나오는데, 제일 관심이 가는 것은 혁명으로 공화정을 세웠으며 영국 10대 위인 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올리버 크롬웰과 왕권신수설의 신봉자 찰스 1세의 이야기, 그리고 한 남자를 사랑에 빠뜨려 왕권마저 포기하게 한 세기의 로맨스 사건 주인공인 심프슨 부인과 그녀를 시기한 퀸 마더의 이야기다.

막연하게, 무척 로맨틱하게만 생각했던 윈저공과 심프슨 부인의 이야기는, 이게 웬걸,-사진으로 봐서는 별 미인도 아닌데 어떤 매력이 있었는지- 한 나라의 국왕이 청초하고 순진한 아가씨에게 홀딱 빠진 것도 아니고, 부와 권력에 혈안이 된 외국 유부녀에게 넘어간 것이 그 시작이다. 무례하기 짝이 없으며, 사치와 낭비를 일삼는 그녀에게 ‘왕비’의 자리는 처음부터 걸맞지 않았던 듯 싶다. 조금 김이 빠진다.

흑인의 참정권을 부르짖은 연설로 ‘메이저리그급 전국구 인사’가 되었다는 마틴 루터 킹의 이야기 역시, ‘이게 웬걸’이다. 50년이나 FBI 국장을 지냈다는 막강 권력자 에드거 후버가 미행과 도청을 통해 그의 비리를 밝혀내려다 꼬리만 잡고 폭탄 선언에는 실패하긴 했지만, 어쨌든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마틴 루터 킹은, 내가 생각한 그런 사람이 아니다.

그러고보니, 얼마나 많은 잡담과 비방으로 인해 세상의 역사가 다시 쓰여지고, 진실이 은폐되고 있는가. 마구잡이로 한 사람을 찟고 까부수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인 것 같다. 어떤 시선으로 보느냐에 따라 한 사람이 영웅이 될 수도, 성인이 될 수도, 또 난봉꾼이 될 수도 있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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