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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소설

살인자의 건강법

by mariannne 2006. 1. 4.


살인자의 건강법
(아멜리 노통 지음 ㅣ 문학세계사)

“살인자의 건강법”은 연극 무대를 떠올리게 한다. 등장인물은 총 6명. 늙고 비만한 소설가 프레텍스타 타슈와 5명의 기자만 있으면 된다. 기자 중 먼저 등장하는 4명은 동일인물이 맡아도 상관 없고. 무대에는 단 두 사람만 등장하면 될 것이다. 두 사람의 속사포 같은 대화에 빠져 다른 생각을 할 수 없게 만드는 감동적인 연극이 될 것이다.

주인공 프레텍스타 타슈는 엘젠바이베르플라츠 증후군(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병이다)에 걸려 두 달 후면 죽게된다는 80대 노인으로, 스물 두 권의 책을 내고, 노벨문학상까지 수상한 바 있는 문학계 거장이다. 그의 사망 선고가 알려지자 많은 사람들이 그를 인터뷰를 하기 위해 몰려들고, 매니저에 의해 선발된 몇 명의 기자가 차례로 그를 만나지만, 그의 괴팍스러움을 견디지 못하고 줄행랑을 친다. 그렇게 4명을 쫓아낸 프레텍스타 타슈 앞에 니나가 등장하는데…
니나는 그가 그토록 무시하는 ‘여자’라는 존재다. 다른 기자들과 달리 그의 책 스물 두 권을 모두 읽었으며, 그에 대한 뒷조사까지 마친 무시무시한 상대로, 드디어 프레테그타 타슈라는 인간 존재의 비밀이 하나하나 벗겨진다. “살인자의 건강법”은 아멜리 노통의 다른 소설과 마찬가지로 마주 본 두 사람의 대화–주로 비아냥, 독설, 박학과 다식의 과장–로 이어지며, 역시 다른 소설과 마찬가지로 흥미진진하여 다 읽은 후 손에서 놓기가 매우 아쉽다.

작가는, “1991년 1월 14일부터 3월 11일까지 40일간 120시간에 걸쳐 썼죠. 전 절대 퇴고 같은 건 하지 않아요. 그래서 제게 글쓰기는 도박과 같답니다. 단번에 잘 써지지 않으면 실패한 거죠.”라고 말한다. 첫 소설로 알려졌지만, 출간되지 않은 것까지 따지자면 열 한 번째란다. 그렇다 치더라도 그녀의 재능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놀랍다. 이 책을 쓴 게 스물 다섯이었던가… 소설이 죽지 않는 이유, 그녀 같은 작가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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