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리뷰]비소설

매운인생, 달달하게 달달하게

by mariannne 2023. 6. 4.

 

문학 > 에세이 > 한국 에세이

매운 인생, 달달하게 달달하게
우석훈 저 | 메디치미디어 | 2018년 06월 

경제학자 우석훈의 책은, 소재가 어려울 때는 있지만, 그래도 대부분 잘 읽히고 재미있는 편이다. 이 책은 그 중에서도 가장 쉽게 읽히는 에세이다.

'빛의 속도로 쉰이 되었다'는 저자는 올해 쉰 하나다. 한때는 '명랑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면서 명랑을 찾더니, 이젠 '달달함'을 말한다.  "쉰 살이란 돈이나 지위 혹은 재능 같은 게 진정한 행복을 가져다주지 않는다는 것 정도는 알게 되는 나이"라면서, 그 동안 최선을 다해 살았지만, "최선을 다하는 것만이 정말 최선일까?"라고 자문하며, 이 책을 썼다. 너무 맵게 살았다. 이제 좀 내려놓고 행복해져야 한다, 면서.  

 


책 속 구절: 
누구에게나 밉거나 보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 나에게도 있다. 진짜로 안 보고 싶은데, 그럴수록 공교로운 자리에서 자주 보게 된다. 어떻게 해야 할까? 그냥 적당한 선에서 싫어하기로 했다. 너무 열심히 미워하면 결국 그게 암이 될 것 같다.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을 미워하다가 암에 걸리는 것은 슬픈 일일 것이다. 사랑도 적당히, 미움도 적당히, 그렇게 나는 적당주의의 삶을 살게 되었다.
억울한 일은 어떻게 해야 할까? 그것도 적당히 억울해하기로 했다. 그리고 빨리 다른 생각으로 억울함을 덮는다. 미움과 달리, 억울함을 망각하는 속도는 빠르다. 다른 즐거운 일, 더 재미있는 일이 생기면 억울했던 일은 기억 속에서 희미해진다. (p.181~182)

또 하나는 몸과 타협하는 것이다. 이 나이대가 되면 치과 치료를 일상적으로 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 치과 의자에 누워서 맹렬하게 돌아가는 드릴에 이를 맡기는 것도 여유가 있어서 가능한 일이다. 치과 예약 앞뒤로는 식사 약속도 못 잡는다. 이제 진짜로 바쁘면 안 된다. 노안이 찾아오면 독서량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 근욕은? 열심히 운동해서 힘을 유지하자고? 절대 무리다. 자연의 법칙을 따라야 한다. 잠도 줄이면 안 된다. 그러면 진짜 죽는다. 조금씩 운동을 해야 하고, 멍하니 긴장을 푸는 시간을 더 가져야 한다. 정신력으로 버티라는 건 우울증을 정통으로 맞으라는 말과 같다. 안 그래도 쉰이 넘으면 눈물이 많아지는데 우울증에 걸리면 답이 없다. 그래도 정신력을 믿고 더 버티면? 진짜로 공황장애가 온다. (p.196~197)

달달한 50대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삶의 재구성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삶을 '리더십'이란 단어와 최대한 멀리 떨어뜨려놔야 한다는 것이다. 부드러운 리더십, 조화로운 리더십, 강인한 리더십, 뭐라고 불리든 결과는 마찬가지다. 은퇴한 사람에게 붙는 리더십이라는 표현은, 그 사람은 숟가락만 들고 다닌다는 말이다. 관리직에 있던 지휘관은 조직 내에 있을 때에만 리더십이 의미가 있다. 리더십이 훌륭했던 사람은 부려먹기 어렵다. 은퇴한 50대가 리더십 있었다는 말은 혼자서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만천하에 광고하는 것과 같다. 시키는 일을 잘할 것 같은 사람이라면 후배들이 먼저 연락한다. 리더십 좋다는 것은 꼰대짓 할 선배, 근면성실은 곧 잔소리쟁이, 바쁜 사람은 바로 거절할 사람이다. 저 세 가지 유형의 50대와는 누구도 일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달달하게 소일이나 하고 소소한 운동이나 하면서 살아가는 50대, 이 조건이 만족되어야 60세 혹은 65세까지 주변 사람들하고 계속 일을 할 수 있다. (p.198~199)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