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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비소설

프랑스에서는 모두 불법입니다

by mariannne 2023. 1. 7.

프랑스에서는 모두 불법입니다 : OECD 한국 대표부 비정규직, 프랑스 법정에 서다 
최은주 저 | 갈라파고스

저자 최은주는 파리 7대학에서 인류학 석사학위를 받고 박사 과정을 준비하던 중에 OECD 한국 대표부에 '비정규직 행정원'으로 채용된다. 7년간 근무했고, 자신의 상관인 김용필(가명)로부터 폭언과 폭력을 당한 후 이를 외교본부에 보고하면서, 이를 빌미로 2012년 해고당하고 이에 소송을 제기한다. 

처음에는 '사내 폭력'에 대해서만 소를 제기하려 했지만, 준비 과정에서 그녀의 프랑스인 변호사가 '대표부가 야근수당을 월급 명세서에 올리지 않고 현금으로 지급한 것은 불법'이라고 지적하면서 이와 함께 '부당해고'에 대한 것까지 추가한다. 결국 그녀가 제기한 내용 중 '부당해고'와 '야근수당 현금 지급'에 대해서는 승소했지만, 애초에 발단이 된 '사내폭력'은 증거 부족으로 패소한다. 직접적으로 증인이 되는 단 한 사람인 동년배 한국인이 '자신은 목격한 것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장래를 위해서 단지 진술을 거부할 뿐'이라며 증언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간접적으로 사실을 듣고 증언한 프랑스인 세 사람은 모두 OECD 한국대표부를 떠난다. 

어쨌거나 그녀는 4만 유로 정도의 배상금을 받게 되었는데, OCED 대표부는 '면책특권'을 이유로 배상금 지급을 몇 년 동안 미룬다. 지리한 기다림 끝에 저자는 2016년 3월, 청와대에 민원을 제기하면서 OECD 사무총장, 사무차장, 각 회원국 대사를 수신 참조로 포함한다. 보름 후 OECD 한국 대표부에서 변호사를 통해 '합의'를 요청했고, 그 내용은 2만 유로 정도에서 끝내자는 것이었다. 무슨 용기에서였을까. 저자는 명분없는 합의를 거절했고, 마침 6월에 박근혜 대통령이 프랑스를 방문하게 된다는 소식에 이 사건이 문제가 되지 않을까 마음이 급해진 OECD 대표부는 결국 배상금 전액을 지급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온다. 

다시 얘기는 이어진다. 대표부에서는, 배상금 외에 4년간의 이자는 지급하기 어렵다면서, 최은주가 찾아가지 않은 4년 전 상여금이 이자 정도 금액은 되니, 그것으로 마무리를 종용한다. 이쯤되면 누구든 지친 마음에 두려움까지 겹쳐 받아들일 만도 한데, 돈의 액수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던 최은주는 다시 이를 거절한다. 결국 한국대표부는 배상금 전체에 4년 간의 이자까지 지급하겠다는 소식을 전해오면서, "상대의 명예가 훼손될 여지가 있는 그 어떤 정보나 의견도 제3자에게 누설하지 말아야 한다"는 합의서를 제시했고, 최은주는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행위'라면서 다시 한 번 이를 거절한다. 

그리고 드디어 모든 것이 받아들여졌다. 그래서 그녀는 이렇게 책을 냈다. 한국이라면 이런 일이 가능하기나 할까. 그녀는 프랑스에서 '체류증'을 받고, 프랑스 법에 따라 세금을 내는 신분이었고, 따라서 '프랑스 노동법'이 노동자인 그녀를 보호해주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물론 그렇더라도 그녀같은 강단이 없었다면 어려웠을 것이다. 

대한민국 국가 권력의 횡포와 갑질, 특권 남용은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변함없는 모양이다. 유럽 땅에서는 한 대한민국 비정규직 노동자가 OECD 한국대표부를 상대로 싸움을 해 이겨내고, 대한민국 땅에서는 촛불민심이 당연한 정의를 바로 세운 시점이다. 어떻게든 세상은 변화할 것이고, 변화해야만 하겠지만, 그게 그리 쉬울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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